후회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살면 잘 살 수 있을까?'
처음 이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해 보던 고등학생 시절 답은 '대학교'라 생각했다. 대학교만 가면 모든 게 일사천리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천만에. 더 어마무시한 '취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렇게 취업만 잘되면 모든 게 다 만사 오케이 될 줄 알았다. 운 좋게, 대기업에 취업을 했음에도, 나는 이 고민을 더 치열하게 하던 그 당시의 나는 아마도 잘 산다는 건, 즐겁게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대기업을 퇴사하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사실 지방에는 대기업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 몇 안 되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거 그 당시에도 쉽지는 않았다. 경기가 얼어붙어있었고 공채 뽑는 인원도 몇 명 안 되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나는 결심했다. 그래도 퇴사하기로. 더 잘 살기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그렇게 나의 모든 결정들은 이 질문 하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내가 퇴사를 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이직을 하고, 편입을 하고, 공부를 하고, 동아리활동을 하고, 독립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기를 출산하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다시 퇴사하고, 책을 읽고, 투자를 하고, 자기 계발을 하고, 운동을 하고, 요리를 배우고, 사람을 만나고 등등 이처럼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부 다 잘 살기 위해 내린 나의 결정의 산물들이었다.
그럼 내가 이런 결정들을 하고 후회는 없었을까?
그랬던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선택권의 이름인 자유라는 게 있었으니깐.
내가 나한테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으니, 설령 한 길을 잘못 들었다 하더라도 금방 빠져나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결정이 부모님을 비롯해서 나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모든 일에 흥미와 동기부여는 덩달아 인생의 재미도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의 대한 답은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할 자유에서 비롯된다.
모든 일은 나의 결정대로 하되 책임도 나에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 하나라도 제대로 한다.
뭐 하나 결정하기 어렵다. 우린 점심 메뉴 하나 정하는 것도 힘들어 사다리를 타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렇지만 결정하고 나면, 본인 결정에 후회하기 싫어서라도, 이 짓 저 짓(?)을 하며 방황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속에서 엄청난 성장을 했다. 그 이 짓 저 짓을 하면서 말이다.
한 때 나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나의 생계를 이어가던 그 시절,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비참했었던 시절이었다.
대기업 퇴사해서 결국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며 친구들이 놀려댔고, 심지어 "여기서 일하려고 그 좋은 직장을 그만뒀냐"라는 뼈아픈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들었을 때 보다 더 힘들었던 건 바로, '아... 그냥 그 직장 계속 다닐걸', 하고 내가 나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왜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나는 엄청난 후회가 미래의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낮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던 그 시절,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밈처럼 유행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왜 청춘은 아파야 하냐고 김난도 교수님께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결정은 내가 나 자신을 위해 몇 달을 고민해서 선택한 문제였고, 나는 다시 한번 나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결정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럴 수 있었던 그때의 나의 용기에 진심으로 고맙고 손뼉 쳐 주고 싶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꽃디다운 20대 시절, 직장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꼰대로 늙어버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내가 호주에서 만난 호주 가족들, 각양각색의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을 결코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그들과 생활하면서 갖춘 견문과 글로벌마인드를 절대 겸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조금씩 알아차리게 되고, 변화하게 되고, 성장하게 되는 나를 만나게 되는 이 소중한 과정들은 직접 몸 소 경험하지 않고, 책으로 공부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그대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후회될 것 같은 결정을 앞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그냥 해보라고. 설령 그 결정을 살면서 잠시 후회할 수는 있지만 인생은 장거리 달리기라서 결국엔 그런 후회할 것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 사람들만이, 궁극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