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by 김종열

햇살 날카로운 한낮

그 술집에 마주 앉는다.

약간은 어색한 인사 사이로

느껴지는 동질감

주고받는 술잔 사이로

얇아지는 이성과 두꺼워지는 감성

신이 난 언어들이 날아오르면

창문 너머 초록 나무 빛깔 정겹다.

지금 잊은 술병의 수처럼

내일이면 기억 못 할 진지한 대화들

햇살은 여전한데

시야는 뿌옇게 좁아져간다.


느낄 틈 없이

어느새 지나버린 긴 시간

자리를 옮기자며 내 어깨에 걸치는

그의 손길 따습다.


기어이 어둠을 대하고야

찾아든 우리 집

입 다물고 있노라면

일찍 왔다는 칭찬마저 듣게 되는


아!

위대할 손

낮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