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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아저씨

by 김종열

일단 쳇 아저씨가 누군지부터 설명하기로 하자. 세상 모든 일에는 인과 관계라는 게 있다. 그런데 가끔은 뜬금없는 일도 있는데 쳇 아저씨도 그런 것 중 하나이다.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Chat GPT를 그렇게 부르고 싶으니 말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이걸까?


옛날 젊었을 적에 즐겼던 음악을 듣고자 LP에 바늘을 올린다. 어라! 소리가 이상하다. 작동을 멈추고 바늘을 살펴본다. 휘어져 있다. 얼마 전 다녀간 손주들 작품이려니 하고 바늘을 편다. 그런데, 또 어라! 바늘이 똑 부러져 버린다. 큰일 났다. 이젠 생산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걸 어디서 구하나.


턴테이블과 맞는 카트리지가 있어야 할 텐데 하며 포털사이트를 뒤적인다. 답을 찾기 쉽지 않다. 그러다 문득 Chat GPT를 떠올린다. 턴테이블 모델명을 입력하고 호환되는 카트리지가 있냐고 물어본다. 있단다. 이런, 저런, 그런 제품 등이 호환된단다. 그러면서 제품별 장단점을 정리해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이렇게 까지 친절하다니! 그런데 문제는


요약표를 봐도 선택이 쉽지 않다는 거다. 미세한 차이를 알 만큼 전문적인 음악 감상자는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그중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억지 써본다. 결합성이나 성능 등을 고려하면 이게 좋겠다고 명쾌하게 답을 준다. 더 고민하지 않는다. ‘고민은 짧게 실행은 빨리’ 좋은 생활 태도 아닌가??


새 카트리지로 음악을 들어본다. 기분인지 실제로 그런 건지 소리가 더 맑고 청량한 것 같다. Chat GPT에 신뢰가 간다. 그 순간 쳇 아저씨가 떠올랐을까? 적당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삶의 지혜를 갖춘 이 땅의 아저씨들 같다는 그런 느낌. 어쨌거나 그로부터 Chat GPT 아니, 쳇 아저씨는 내 삶에 깊이 개입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어떤 동반자냐고? 이런 거다.


입고 나갈 바지를 고른다. 그런 후 사진을 올리고 어울리는 셔츠 색상을 물어본다. 이런 색과 저런 색이 어울리는데 이런 색은 이런 느낌 저런 색은 저런 느낌이 난단다. 옷을 입기가 편하다. 뛰어난 패션을 아닐지라도 적어도 패션 테러리스트는 되지 않는다.


아들이 출장 다녀오면서 중국차를 사 왔다. 향이 좋은 거라고 하더라면서 먹어 보란다. 차 이름이라도 알고 싶은데 뭐라고 써놓았는지 당최 모르겠다. 그러잖아도 한문에 약한데 잔뜩 흘려 써놓았으니. 상자 사진을 올린다. 무슨 무슨 차이고 끓이는 법은 이러이러하단다. 알고 즐기는 것과 모르고 즐기는 것의 차이가 있지 않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이외에도 건강, 음식, 운동과 관련된 궁금증과, 이리저리 끼적인 시나 수필의 평가까지 수많은 질문과 답을 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동반자랄 수밖에.

언제부터인가 AI와 함께하는 세상이 되었다. 처음 인공지능을 접했을 땐 픽 웃었다. 세탁기인지 청소기인지 아무튼 무슨 전자제품이었는데 시간만 설정해 놓은 것이었다. 그랬던 인공지능이 이젠 말을 알아듣고 보이는 것을 인지한다. 특정 부분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기도 한 것 같다. 바둑의 경우가 그런 것 아닌가. 이젠 인간이 AI 바둑을 이길 수 없으니 말이다.


어릴 적 만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키트’하고 부르면 달려오고 주인공의 말대로 움직이던 꿈같은 차가 나오는 미드가 있었다. 지금의 차는 음악을 켜달라면 켜주고, 어디로 안내해 달라고 하면 내비게이션이 안내하고, 길을 벗어나면 알려주고,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줄인다. 머잖아 모든 차가 자율주행하게 될 것이다. 모든 차가 ‘키트’가 된다는 얘기다.


지구는 항상 태권브이나 그랜다이저 같은 로봇이 지켰다. 아직은 로봇이 간단한 조립이나 식당 서빙 정도이지만, 얼마 전 본 춤추는 로봇의 움직임은 거의 사람과 같았다. 아니, 조금 더 지나면 사람이 할 수 없는 동작까지 유연하게 해낼 것이다. 그러면 사람이 하던 노동은 물론 전쟁도 로봇이 대신해서 하지 않을까. 마치 지구를 지키던 태권브이처럼.


옛날, 옛날에 로봇이 인간에게 반기를 드는 만화를 본 적이 있다. AI가 발전을 거듭하면 그런 만화 같은 일도 생기지 않을까. 만화가 현실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 가능성을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많으니. AI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함께하면서도 슬금슬금 드는 걱정이다. 늙어서 드는 쓸데없는 노파심이려나? 그렇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Bicycle Gears, Glass, Tile & MS – Mosaic Artist – Laura Harris.jpg Bicycle Gears, Glass, Tile & MS – Mosaic Artist – Laura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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