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오롯이 음악만

by 김종열

아내가 볼일이 있다며 집을 나가고 모처럼 만에 혼자인 시간을 갖게 되었다. 리모컨으로 TV 화면을 뒤적거리다 불현듯 예전에 좋아하던 산울림의 노래가 듣고 싶다는 생각에 오디오 전원을 켠다.


어떤 곡은 잔잔한 시 같은 가사가 좋고, 어떤 곡은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강렬함이 기분 좋다. 내친김에 오래 묵혀두었던 LP까지 먼지를 털어내고 바늘을 올려놓는다. 바늘이 읽어내는 오래된 노래의 멜로디에 특유의 칙칙하는 소리까지 정성스럽게 챙겨서 듣는다. 좋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참 많이도 했던 일이다.


자기 몸통보다 큰 건전지를 달고 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듣다가, 카세트테이프가 들어가는 녹음기의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트랜지스터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중저음 때문에 얼마나 흥분했던가, 그 소리가 좋아서 직장을 구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이 당시에는 전축이라 불리던 오디오를 구입한 일이었다. 그리곤 참 많은 시간을 음악과 함께 했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사는 것이 바빠서라는 이유로 잊어버리고 지냈고, 어쩌다 듣는다 하더라도 운전하는 차 안이나, 운동을 하면서 이어폰으로 흘려듣는 것이 전부였다.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쉽고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접하기 쉬운 만큼 대수롭지 않게 흘려듣는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가끔은 오로지 음악만 정성스럽게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이 달콤한 팝송이건, 가슴 뛰게 하는 록이건, 악기들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재즈건, 자연을 닮은 편안함을 주는 클래식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면 음악이 주는 또 다른 행복한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니.


크림트-음악.jpg 크림트 -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