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천하
사직서를 냈을 때는 몰랐다.
그 선택이 단 3주짜리 꿈이 될 줄은.
그는 오래전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꿈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
그 꿈은
가난과 영양실조, 늘 한 박자 늦던 삶 속에서
조심스럽게 자라난 것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돌아가야 했던 시간 속에서.
그는 언젠가 그 시절을 넘어서는 순간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싶었다.
전자공학 대학원을 마친 뒤
6년 넘게 개발 엔지니어로 일하며
수많은 회로와 부품을 다뤘다.
이후 미국 톱 MBA를 거쳐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글로벌 대기업에서
사람을 설득하고, 시장을 읽고,
숫자와 책임을 짊어지는 법을 배웠다.
어느 순간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제는 준비가 끝났다.
내 길을 열어야 할 때다.”
그리고 정말로, 사직서를 냈다.
펜을 내려놓는 순간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 떨림 속에는
두려움보다 설렘이 조금 더 섞여 있었다.
사실 반 년 전쯤,
미국에서 수험서로 잘 알려진 한 회사가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의 요청으로
남는 시간을 쪼개
시장 조사와 사업계획서를 사실상 전담하다시피 했다.
보고서를 준비하는 동안
마음 한켠에서 작은 확신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정말… 내 차례일지도 모른다.’
6개월 뒤,
본사에서 한국 진출을 최종 승인했다는 소식과 함께,
사업 시작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도착했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그는 곧장 1인 사무실을 열었다.
책상 하나, 컴퓨터 하나.
아직 사람도, 자본도, 이름도 없었지만
그 작은 공간은
그에게 세상의 중심처럼 느껴졌다.
그의 하루는
시장과 숫자, 사람을 동시에 설계하는 일이었다.
새벽까지 불을 켜두고
미래를 한 줄씩 써 내려갔다.
이메일과 통화, 기획과 계산이
하루의 경계를 지웠다.
그는 새로운 인생의 초안을
조심스럽게 완성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요청 이메일을 발견하고 전화를 걸었다.
“음…
미안합니다.
본사 사정상…
한국 학원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방적인 통지의 짧은 통화였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은
그가 쌓아 올린 모든 계획과 기대를
단숨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는 한참 동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아무 감정도 올라오지 않았다.
분노도, 허탈도, 슬픔도 없었다.
감정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가장 이상했다.
‘내가 그리던 미래가
이렇게 간단히 끝날 수도 있구나.’
그 생각만이
조용히 허공에 내려앉았다.
불과 3주였다.
3주 동안 꿈을 꾸었고,
3주 만에 그 꿈은 사라졌다.
안정적인 자리,
글로벌 대기업에서의 창창한 미래를 정리하고
과감히 벤처에 뛰어들었건만,
그 선택은
아무런 소리도 남기지 않은 채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는 그날 처음 알았다.
벤처의 길은
거대한 실패나 극적인 위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날엔 정말 아무 말 없이,
조용하고 단번에
문이 닫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짧은 3주는
그의 인생에 긴 그림자를 남겼다.
그러나 그 그림자 속에는
희미하지만 분명히,
다음 시작을 향한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