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라운드 1. 전략보다 먼저, 사람

전략보다 먼저, 사람

by Coo Lee

그가 글로벌 본사에서 한국으로 이동하기 전,

그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하나는 이미 잘 굴러가고 있는,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사업팀.

다른 하나는 성과가 추락하고,

문제만 쌓여가던 사업팀이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문제 투성이 사업팀을 택했다.


그의 선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희망이 없는 사업에 왜 뛰어드냐며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고 만류했다.


그의 커리어가 염려된

한국 법인 총괄 외국인 사장조차

한 번 더 생각해보라며 그를 붙잡았다.

“굳이 그 팀에 조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늘 편안한 길보다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그 길 위에서

그는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 왔다.

도전이 빠진 안정은

그의 인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었다.


한국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문제의 본질을 알아차렸다.


사람이었다.


사람이 하는 일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도 사람이다.

크든 작든,

사업은 정말로 인사가 만사다.

특히 리더는

한 조직의 방향과 운명을 좌우한다.


그가 속한 사업을 총괄하던 사업부문장은

스펙이 태도보다 먼저 드러나는 사람이었다.

한국 최고 수준의 대학과

미국 유학까지 이어진 탄탄한 이력.

그러나 그 경력은

고객과 현장에 대한 이해보다

자신감과 자만심의 경계에 서 있는 듯 보였다.


말투와 태도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었고,

대리점 사장들은

마지못해 협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매출은 1년 넘게 꾸준히 하락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방적인 가격 인상과

사업권 변경 통보가 내려갔고,

대리점 사장들의 분노는

마침내 임계점을 넘었다.


결국 그 사업부문장은

다른 자리로 이동됐다.


그 일이 벌어진 건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약 6개월쯤 되었을 때였다.


그리고 그는,

공석이 된 그 자리에

예고 없이 앉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승진이었다.

기쁨보다 먼저

무게가 느껴지는 자리였다.


거꾸러져 가는 사업을 살리기 위해

그는 두 가지를

가장 먼저 우선순위에 올렸다.


첫째, 대리점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

둘째, 팀원들의 마음을 다잡는 것.


대리점 사장들은

그보다 연장자들이었다.

그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형식적인 미팅이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움직였다.


대리점 직원들과

같이 차를 타고,

같이 식당에 앉고,

같이 욕을 먹으며

일선에서 부지런히 뛰었다.


거의 매일 자정을 넘겼고,

주말에도 사무실이나 노트북 앞에 있었다.

그 때문에

아이 둘을 둔 가장이

총각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팀 안에는

그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도 몇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나이 어린 상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는 권위로 누르지 않았다.

대신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

성과에는 보상을,

책임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불과 한두 달이 지나자

대리점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를 맞이하는 고객들의 표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드디어, 하락하던 월 매출이 멈췄다.

숫자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울했던 팀 분위기는 서서히 밝아졌다.


현장에서 뛰고,

사무실에서는 데이터를 보며,

감정이 아닌 기준으로 팀을 관리한

첫 해에,

그 사업부문은

무려 50%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다음 해에는

성장 곡선이 더 가파르게 치솟았다.


그렇게 그는

태어나 처음 맡은 사업을

2년 만에 두 배 이상 키웠고,

하향 곡선을 완전히 꺾어

상승 궤도로 되돌려 놓았다.


그리고 그는 그때,

턴어라운드의 출발점은

전략보다 앞서,

사람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그 교훈은

이후 그의 모든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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