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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콩달 Nov 28. 2023

난임시술 시작의 신호탄

#1-1_난임극복기 

  아침부터 생리가 시작되었다. 

  '결국 시작하는구나.' 

  2023년 3월 1일. 예정일이었고, 이미 생리시작의 징후가 나타나 알고는 있었지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자연임신을 위해 노력한 그간의 시간이 헛헛함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진짜 의학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허탈함과 두려움이 나를 덮쳐왔다. 

  "시작했어." 

  화장실을 나오며 J에게 이야기하자 그가 와서 토닥토닥 안아준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결국 나는 내일 병원에 가야 한다. 


   나는 80년생 43살이다. 

   이 나이에 난임시술을 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쉽지 않았다. J와 난임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처음 병원을 찾아간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상담을 위해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 선생님은 난임시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설명 해주시면서 내 나이에 임신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여러 번 강조하셨다. 의사 선생님의 팩폭 상담에 진료실을 나올 때는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나 역시 이렇게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갖으려 할 줄은 몰랐는데. 어쩌라고...... 결혼을 42살에 했는데. 

   늦은 나이에 결혼했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아이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갖고 낳기에는 누가 봐도 많은 나이. 난임시술을 한다 해도 의학적으로 성공 확률이 현저히 낮은 나이. 이 나이에 아이를 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다는 난임시술을 견뎌낼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를 원하는가?'

  답은 '원한다.'였다. 너무나도 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함께 견뎌내기로 했다.  


  난임시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생각보다 난임시술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놀랐었다. 나이가 많아 본인이 원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결혼생활(사실결혼 포함)이 1년 이상 이어야 하고 피검사부터 시작해서 각종 검사를 해야 했다. 그 검사를 토대로 의사가 진단을 내리면 그때부터 난임시술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각종 검사에는 '나팔관 조영술'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검사는 일반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아 다른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신청하고 받아야 했다. 이때부터 병원투어가 시작되었다. 우선 종합병원에 진료를 신청하고 다양한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때는 휴직 전이라 시간을 내서 병원을 가기 어려울 때였다. 게다가 왜 이리 아침에 오라고 하는지. 아침에 짬을 내서 병원에 가기 힘든 직종이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배란이 잘 되는지 보기 위해 2-3일에 한 번씩 병원을 가야 해 잦은 조퇴를 하고, 나팔관 조영술 시간을 오후에 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으며, 의사 선생님이 오전에 오라고 하면 '오후에는 안될까요?'라며 애원하듯이 이야기했다. 항상 시간이 빠듯하여 과속 운전과 불법주차가 일상이었고, 회사에서도 병원에서도 거의 뛰다시피 다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의사 선생님이 '허허' 웃으시며 내 시간에 최대한 맞춰서 진행해 주셨고, 회사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모든 검사를 끝내고 검사 결과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배란이 잘 되고 있고 '나팔관 조영술' 결과도 이상이 없으며 난소 나이는 30대라고 하셨다. '30대?' 그 순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내 신체 일부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최고의 희소식으로 들렸다. 병원을 나서면서도 J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내 난소 나이가 30대래!'라며 자랑을 했다. '그게 그렇게 좋아?'라며 웃는 J. 그래. 너는 아직 30대라 나의 마음을 잘 모르겠지. 그는 나보다 5살이 어리다. 아직 30대. 내년에도 30대. 이럴 때는 괜히 그가 얄밉다. J도 빨리 40대가 되어 나이 들었다는 것을 실감해야 할 텐데. 

  난임전문 산분인과에 가서 검사지를 제출하고 난임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병원에서 약 한 달간 의사의 사정으로 난임시술을 진행하기 어려우니 내년 2월, 생리가 시작되면 오라고 했다. 어차피 휴직을 내년 3월부터 할 예정이라 큰 불만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어김없이 해가 바뀌고 나이가 한 살 많아진 1월. 병원에서 갑자기 폐원한다는 연락이 왔다. 눈이 휘둥그레져 문자를 여러 번 살펴봤지만 정확히 1월 31일로 폐원한다는 내용이 맞았다. 뭐지? 당황스러웠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그나마 시술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새로운 병원에서 다시 또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났다. 내가 사는 제주도에는 난임전문병원이 2군데 있다. 그중에서 한 곳이 폐업했으니 자연스레 나머지 한 곳으로 진료를 변경하게 되었다. 물론 이곳도 유명하여 이곳에서 진료를 받을까 고민도 했던 터라 큰 불만이나 불안은 없었다. 그래도 역시나 긴장감을 안고 첫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병원끼리 상의가 되었는지 제출한 서류에 따라 별다른 검사나 과정 없이 바로 시술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의 '잘해봅시다.'라는 말에 힘을 얻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일. 나는 이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 잘해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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