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생각보다 괴로웠고, 신체는 생각보다 평온했다.
나는 41주0일에 제왕절개로 3.8키로의 남아를 출산했다. 몹시 두려워 했던 것과 달리, 척추마취와 수술의 고통은 참을 만한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맹장수술이 훨씬 더 아팠다. 그 이후의 젖몸살이 고통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비교적 평온하게(?) 임신과 출산을 마무리 했다.
임신은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참 외롭고 고단한 길이었다. 10킬로 이상 불어나는 살, 까맣게 착색되는 겨드랑이, 왜 생기는지 알 수 없는 뾰루지나 쥐젖 같은 피부 트러블 그리고 하루가 머다하고 널뛰는 감정까지
임산부라고 더 이상 여자가 아닌 것이 아닌데도, 임산부이니 내려놓으라고 강요받는 것이 참 많았다. 내가 먹는 것 하나하나 다른 사람들의 첨언을 들어야 했고, 내가 입는 것, 하는 것 모두 다른 사람들의 애정 어린 평가가 뒤따랐다. 감사할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이 나를 옥죄어 올 때가 많았다. 내 몸은 이제 아이를 위한 컨테이너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아 남몰래 눈물 훔친 적도 많다.
튼살크림을 아무리 열심히 발라도 틀 살은 결국 튼다는 것, 식단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임신성 당뇨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유전자로 인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이 허탈하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호르몬 탓인지 별 것 아닌 일에도 서럽고 서운한 감정이 참 자주 찾아왔다. 마냥 감사하고 기쁘지만은 않은 날들이 많았고, 그런 날에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죄책감에 더욱더 괴로웠다.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할 감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디에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 눈물을 삼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다정한 남편을 곁에 두고도 사무치게 외로운 밤이 유독 많았다.
임신 증상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을 임신하고서야 알았다. 너무나 두려웠던 입덧은 생각보다 짧고 가볍게 지나가 주었고, 크게 어려울 것 없을 줄 알았던 몸무게 조절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겪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앞으로 더 아파지고 더 힘들어진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도대체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을 그런 말은 왜 하는 건지 화가 나는 순간도 많았다.
후기가 되면 억 소리 날 만큼 태동이 아파진다고 들었지만 나의 경우엔 태동이 아팠던 경우는 한 번도 없었으며 팔다리부터 손목 마디마디가 다 아프다고 했지만 나의 경우엔 해당이 없었다. 임신 후 증상은 100명의 임산부가 있다면 100가지 증상으로 다 다르고, 예측이 가능한 범주도 아닌 듯했다.
그럴 때면 임산부 카페에 들어가 나와 비슷한 감정과 증상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공감받았다. 나의 감정을 다독이고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도 했다. 그러다 내 감정과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이들에게 공감이 되기를 바라며 매주 기록을 남겼다. 임신이 처음인 사람들이 느낄 막막함에 앞서 겪은 이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혹여, 지금 임신을 하고 있거나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분이 내 글을 본다면 이런 말을 해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면, 사람마다 겪는 증상은 다 다르니 미리 겁먹고 두려워하지 마시길. 남들의 증상을 당신도 다 똑같이 겪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랬을지언정, 나는 아닐 수 있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겠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 내가 느끼는 이 모든 감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라. 가타부타 첨언하는 주변의 말에 괴로울 때 면, 다 필요 없고 내가 좋은 것, 내 마음 가는대로 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만 생각하시라.
임신 중 가장 중요한 사실이자 핵심은 임산부가 평온하고 행복한 것이 태아에게 가장 좋다는 것, 지금만큼은 그 누구보다 나의 마음과 감정을 가장 우선시해도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비슷한 상황과 감정을 겪은 수많은 임산부들이 있다. 그러니 충분히 방황하고 힘들어해도 괜찮다. 소중한 임신 기간, 당신에게 심리적 평온과 건강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