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는 권위가 꼭 필요한가요?
권위 없는 리더가 이끄는 팀이 성과를 더 잘 내는 이유
얼마 전 HR팀 리더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팀의 목표지표를 설정하는 데에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 고민은 없냐고 했다.
나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를 들면, 팀원들을 코칭하는 것이 어렵다던가, 혹은 1on1이나 회고 등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던가, 아니면 팀장으로서의 권위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던가...
이런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고.
나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딱 하나가 걸렸다.
팀장으로서의 권위?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꼭 필요한가요?
막강한 권위를 가지면, 일이 쉽다.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권위로 찍어 누르면 간단히 해결되니까.
그러나 내가 지향하는 리더십은 그런 리더십이 아니다. 나는 리더의 권위 없이도 팀원들이 스스로 팀을 위해 행동하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그런 팀을 만들고자 한다.
권위적인 리더십이 동반되는 팀은 리더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기 쉽다. 반면 리더가 없을 때는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팀원들은 지시에 따르는 것이 익숙하고,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하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자유도가 높고 권한이 팀 내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 팀원들은 스스로의 업무에 오너십을 가지고 일을 해내기 위해 수단에 구애받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임파워먼트라고 생각한다. 각 팀원에게 적절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오너십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성장하는 팀 빌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들은 리더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팀원들을 통제하며 일을 진행하려고 한다.
물론 그러한 방식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팀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나는 그걸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팀은 리더에게 권위가 없는 팀이다.
(물론 내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팀원들은 리더가 의견을 낸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리더의 의견에 대해 반박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리더는 때때로 (사실 꽤나 자주) 스스로의 의견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팀원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좋은 방향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우리는 가장 좋은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우리가 논의한 우리의 최선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렇게 우리 팀은 권위 밖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며 성장한다.
우리 팀은 보고 체계가 없는 팀이다.
팀원들은 리더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그저 공유할 뿐이다. 그리고 리더 또한 팀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팀원들에게 동일하게 진행 중인 업무에 대해 공유한다. 그렇게 우리는 신뢰 관계를 쌓고 서로를 이해하며 일한다.
우리 팀은 일을 push 하지 않는다. pull 한다.
우리 팀에 처음 합류한 팀원들이 리더인 나에게 종종 묻는 말. “그럼 이제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자신에게 일을 달라는 거다.
그러나 우리 팀의 문화에 녹아든 팀원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리더는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팀의 로드맵을 그린 뒤 공유할 뿐이다. 세부적인 테스크에 대해서는 각 팀원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당겨간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A 업무를 하려고 하는데요. B 업무보다는 A 업무를 먼저 하는 게 맞을까요? 논의가 필요해요.”
우리는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일한다. 누군가 일을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행동한다.
이런 팀을 만들기 위해 리더는 팀원들이 프로인 개인으로서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탁월한 의사결정을 하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어차피 리더에겐 ’리더‘라는 이름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권위가 존재한다.
여기서 권위를 더 높이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리더의 역할은 권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일이 더 잘 굴러가게 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빠르고 임팩트 있게 성과를 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