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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 Oct 06. 2024

10.05.24

언제부턴가 여름 끝 무렵 마지막으로 발톱에 바른 네일 폴리쉬는 지우지 않는다. 지우지 않은 채 지내다 길어진 발톱을 깎다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올라오는 새 발톱을 볼 수 있다. 차오르는 새 발톱만큼 사라지는 네일 폴리쉬를 볼 때마다 지나가는 세월을 눈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다. 손톱보다 발톱은 훨씬 더 천천히 자라서 겨울이 다 가도록  남아있는 색깔을 보고 있자면 아직 남아있는 여름의 끝자락을 보는 거 같아 아련하기도 하고, 그만큼 다시 여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한다.


가을이다. 인제 반이 차오른 새 발톱처럼 나뭇잎에도 단풍이 든다. 하늘과 닿아있는 끝부분부터 빨갛게 변한다. 같은 나무인데도 아랫부분은 아직 초록초록하다. 매 년 그래 왔을 텐데 인제야 그런 게 찬란하게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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