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이의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일주일간의 테니스 캠프가 끝났다. 단이는 웬일인지 좀 쉬었다가 방학이 끝나기 전에 한 주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응? 오늘 세 시간 내내 머무르며 지켜본 결과 아이가 젤 신나 보이던 시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공들을 긴 통처럼 생긴 기구로 주워 담는 때였던 거 같던데.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숨겨진 재미가 있었던 거니? 그, 그래. 한 번 더 해 봐. 건투를 빌어, 아들!
어쨌든 내일은 늦잠 잘 수 있어 너무 좋다.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이 잘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부담 없이 늦게까지 깨어 있을 수 있다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막상 그렇게 늦게까지 깨 있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된다는 가능성에서 오는 여유를 누릴 수 있으니 신나긴 마찬가지다.
은이는 약간, 아니 많이 덤벙대는 편이라 잘 다치기도 하고 뭔가를 엎기도 잘하고, 옷에도 잘 묻힌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보면서 딸기를 먹고 있었는데 악! 하는 소리에 쳐다보니 먹던 딸기를 떨켜서 책의 한 귀퉁이를 살짝 물들였다. 천만 다행히 아주 조금이었어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와중, 또 한 번의 ‘악!’
‘왜?’ 하고 돌아보니 자기 흰색 티셔츠 한가운데 빨갛게 딸기물을 들여놓고는 배시시 웃으면서 ‘well, at least we don’t have to return this one (그래도 다행히 이 옷은 안 돌려줘도 되잖아)’라고 말한다. 초긍정 아이, 우리 딸. 그래. 네 옷은 그냥 엄마가 빨면 되지. 넌 좋겠다. 빨래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저녁을 해 먹이고, 뒷정리를 하고 아이들이 다른 거에 한 눈 팔려 있는 동안 냉큼 버블티 아이스크림 바를 하나 물고 방으로 쏙 들어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이 순간만큼은 언제 들려올지 모르는 ‘엄마’ 소리가 그 어떤 것보다도 급박한 마감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