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오늘 하루 행복하기를...
오늘은 8월 23일 오랜 친구의 생일이다.
그녀와는 중학교 동창으로 딱 한번 같은 반을 했고 그 어린 시절임에도 그녀는 나를 무척이나 좋아해 주었다.
그녀에게 받은 김현철 테이프 선물이 기억난다.
그 당시에는 왜 그랬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가수 본인의 테이프 말고 테이프 가게에서 주인장에게 녹음해서 그녀 나름의 플레이리스트를 선물해 주었는데 그 귀한 선물들이 지금 나에게 없다는 게 참으로 아쉽다.
우리는 내내 어울려 다니는 친구라기보다는 그녀도
그녀가 함께 다니는 친구가 있고
나 역시 어울리는 친구가 따로 있었는데 그녀는 늘
나에게 다정했고 나에게 가끔 선물을 해주기도 하고
작은 편지를 써주기도 했다.
뭔가 친구이지만 늘 그리워하는 사이랄까?
지금도 그녀를 생각하면 그런 그리움이 드는 친구이다.
나와는 다르게 일찍 결혼해서 이미 장성한 아들도 둘이나 있지만 아직도 그녀를 만날 때면 가끔 이야기하는
건 그녀가 한참 신혼일 때 대전에 살았는데 아마도 나는 서울에 갔다가 그녀를 만나러 대전에 간 일이 있다.
친구네 집에 결혼하고 찾아가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듯한데. 그녀는 문화센터인가 어디서 배웠다면서
샤부 샤부를 해주었고, 우리는 맛있다며 한참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인생 최악의 더운 여름의 어느 날 이런저런 일들로
아무 의지도 없고 겨우 숨만 쉬고 있는 나날 속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싶던 전시를 보러 갈까 하다가 아니야 전시는 한 달 내내 계속되니까 굳이 오늘 꼭
가야 하지는 않지. 이러면서 또 게을러져서 아침 운동도 거르고 더위와 싸우다가 이렇게 집에만 있다가는
정말 고립되고 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겨우 기운을
챙겨서 오랜만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꺼내 입고
이태리에서 선물 받은 샌들을 꺼내신고 집 근처에
초밥을 먹으러 다녀왔지. 그러곤 아이스커피도 한잔
사 오고 말이야. 그 길로 잠시 저 멀리 버스 타고 나갈까하는 생각도 아주 잠시 했지만 꼭 오늘 나가고
싶지는 않더라고. 이런 마음이면
다음 주에는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러면서 말이야.
이야기가 더 옆으로 빠지기 전에 오늘 친구 생일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해.
오후에 시원한 도서관을 찾았는데 친구에게 답장이 온 거야. 그저 오늘 친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싶었어.
오늘 생일이지? 축하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고 맛난 거도 많이 먹어.
그리고 너 시간 괜찮을 때 우리 만나. 네가 내 친구라서 고마워.
태어나길 잘했네 하는 하루가 되기를...
건강 잘 챙기고 일상을 풍요롭게 보내자.
아직도 마음만 중학교 그때 너 처음 만난 시절의 나로 남아서 뭔가 그렇지만...
그저 서로 그리워하고 보고 싶은 이가 있다는 거 만으로도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거 아닐까?
늘 고마워 친구야. 사랑해!
좋아하는 일본 노래 중에 일본 어딘가에 나를 떠올리는 사람 한 명만 있다면 그거로 된 거 아닌가? 하는
노래 가사가 있는데 그때 일본인 지인과 함께 그렇지.. 세계 어딘가에 나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이가
단 한 명만 있다고 해도 우리 괜찮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드라이브하면서 했는데...
정말 지치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릴 정도로 무덥고 힘이 드는 나날 속에서도 누군가 저 멀리에서 혹은
이미 알고 지내는 누군가를 떠올리고 기억하고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거 만으로 살아 있는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그저 무언가 큰걸 이뤄내야 하고 하는 것도 중요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을 기억하고
함께 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거로 어쩌면 충분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친구가 태어날 날을 빌어서 그저 폭염으로 무더운어느 날이 아니라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그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