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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Aug 16. 2024

나의 불안일기 : 나를 돌아보는 시간

여행 그 중독의 의미를 찾아서.

나의 불안일기

나를 돌아보는 시간 _ 삶, 그 불안한 버티기에 대하여.

불안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이토록 삶의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살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챕터로 살아가도 모자랄 판에 아직 그 상대조차 만나지 못한 채

삶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내내 불안해합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미 그런 가정을 이뤘는데 적합하지 않은 상대와의 만남으로 더 불안한

가정을 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없다는 것에 그저 만족해야 하는 걸까요?

그런 오지 않은 혹은 하지 않은 선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해요.






20대에 일에 몰두하면 살던 시기가 있었고.

30대에는 이 길 말고 또 다른 길은 있지 않을까

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 하다가

40대에 접어들면서 젊어서 해오던 일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고 어느 순간 다 내려놓고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그저 여행을 반복하면서 살다가 이제야

다시 Back to origin이라고 해야 하나?


근본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제자리 걸음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느 여행에서는 긍정의 기운을 넘치도록 받아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제가 있다가


또 어느 여행에서는 분명 여행 당시에는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이 사람이다 싶은 이들도 만났지만

그 관계는 지속가능한 무엇보다는 분명히 의미는 있지만 계속될 수 없는 그 관계의 반복으로

저를 지치게만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해외라도 가면 그런 인연으로도 만나지지만 국내에서는 그 어떤 새로운 만남도 잘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놀랍다면 놀라울까요?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하여 반복하듯 도망치듯 계속해서여행을 한 것인지 아님 그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끊임없이 불가피한 여행을 계속 해온 것일까요?







갈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하고 다짐을 하고는

했습니다. 내내 여행만 하면서 살면 좋겠지만

잔고라는 건 분명히 한계가 있고 지난 직장 생활에서 번 돈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거의 10년 넘게 일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여행만 해 왔으니 때로는 여행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불안하기

일쑤인 게 이렇게 계속 소비만 하는 생활을 계속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여정을 해 온 건 다른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삶의 어떤 방향성에서의 여행의 의미를 찾았다고 할까요?







처음부터 여행을 좋아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여행을

하면서 여행의 진면목을 찾은 사람에 가깝기에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많은 이들을 통해서 알게 모르게 자연스레 배우게 된 여러 것에서

' 아. 이래서 내가 여행을 하지!' 하는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독자처럼 여행을 하고 또 하고 그러면서

어떤 여행의 루틴이 생긴 것이지요.

그리고 만나진 많은 인연들,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계속할 이유를 찾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상한 후유증도 생겨버렸습니다.


나름의 공황장애 증세 중 하나인데 여행에서 만난

귀한 인연의 친구들과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미어지면서 갑자기

숨을 쉴 수 없고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답답함이

궁극에 차 올라 눈물이 맺히는 기이한 증세가 생긴 것입니다.

너무 사랑해서 하고는 또 다른 감정인데 그 당시는

너무나 절절하고 없으면 안 될 거 같은 존재들도

함께 한 시간만큼 헤어져 있는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레 연락은 뜸해지고 그 끝에는 아예 연락조차

하지 않게 되는 단계가 오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대체 이런 만남에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왜 자꾸 이런 인연만 계속되는 것인지에 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저를 괴롭히기 일쑤인 상황이 되고 그 생각의 끝에는 숨을 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괴로운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지요.








그럴 때면 아. 이게 사는 건가?

언제까지 이런 걸 반복해야 하나?

그저 바라는 거라고는 사랑하는 이와 도란도란 다정한 이야기 나누며 삶을 공유하고 싶을 뿐인데

그 아무렇지 않은 소소한 바람이 왜 나에게만은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를 떠올리면 너무나 슬퍼지고

비참해지기까지 하는 거죠?


어쩌면 누구보다 관계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크고 늘

사랑을 1순위 아니 0순위에 두다 보니까

그게 제일 어려운 숙제처럼 누구보다도 안정된 관계를 바라지만 거기에 가장 큰 가치를 두다 보니

더 점점 멀어진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지고 어느새 관계에 서투른 사람처럼

Long Relationship에 대한 포비아 마저 생겨버린 듯해서 관계 시작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관계에 대한

욕구는 계속 더 커지고 여전히 버릴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기대와 욕망의 불일치에서 오는 부조화가

이 나이 먹도록 싱글로 내내 버티고 있는

형국이 되고 있으니.


할 말은 많지만 다 할 수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면서 감정을 적당히 숨기고 포기하려는 찰나

그마저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나날들을 겪으면서

이대로 괜찮은가를 생각하면 불안에 불안이 거듭되어

그저 버티는 삶이 되어버린 듯한 아픔이랄까요?







이 나이 먹도록 여전히 순진하고 나이브한 건지 몰라도 여전히 거기에 사랑에 가치를 두는 건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피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주위의 10명이나 100명보다는

그 한 사람만 택할 저인데 그 한 명을 만나기가 어렵다 보니 아직도 이렇게 헤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관계에 대한 기대를

되도록이면 버리려고 덜 생각하려고 애쓰지만

막상 누군가를 만나면 저라는 사람은 쉬이 집착하게 되거나 그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마음처럼

그게 쉽지 않습니다. 알면서도 잘 되지 않으니까

이토록 괴로운 것이고 여전히 아픈 거겠지만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는 점점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실감이 드니까 더 그러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 것인가?를 떠올리면 더 불안하고 어서 스테이블한 상태로 살아가고 싶다는 것과 공간에 대한 욕망.

안정화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저의 영혼을 갉아먹는 지경에 까지 이른 거죠.


알면서도 마음처럼 생각이나 행동이 다 따라주지 못하다 보니 현실에서의 저는 여전히 20살 갓 넘은

아이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나이만 많은 속은 아이인

제가 그대로 성장하지 않은 채로 버티고 있어서 이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인가? 하고 돌아보는

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독백도 무슨 소용이겠어요?

제대로 현실에서 살아내지 못한다면요.

그저 제 삶에 제대로 발을 제대로 내리고 살아내고

싶은데 그게 그리 큰 욕심도 아닌데 그 당연한 것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으니 답답한 지경입니다.

그러면서도 가난한 와중에 자꾸 탐하는 여행에 대한

욕구와 의지는 뿜뿜 하여 할 수 이는 건 그것뿐인

사람처럼 그렇게 버티 듯 계속해서 여행을 해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그 길에 과연 끝은 있는 걸까요?

더 이상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이 길의 끝에 제가 바라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시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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