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아니면 유럽드라마 라니.. 취향도 참 한결같다.
요즘 넷플 뭐봄? 나쁜 놈들 Crooks라는 유럽드라마 그러니까 독일 드라마를 엊그제 정주행 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여행 아니면 드라마만 보는 그런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라 또 마음 둘 곳 없이 방황
하다가 결국 몰두한 것이 바로 밀린 드라마 보기인데 예전에는 드라마의 주인공 필모 따라잡기 라거나
시놉시스에 의거한 분류로 보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냥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보거나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작을 보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걸려든 작품이 오늘 소개할 나쁜 놈들이다.
도쿄사기꾼들 이란 작품을 기다렸다가 오픈한 날 보고선 거참 내 취향일세. 하고 감탄하면서 푹 빠져서 봄
다시금 중년 퇴폐미의 대표주자 토요카와 에츠시의 오랜 팬으로 나이 들면서도 이토록 더 멋지게 늙을 수
있다니... 왜 우리나라 남자 배우들은 이런 느낌이 안 나지? 하면서 경이로운 눈길로 애틋하게 보다가 그가
나오는 분량이 기대보다 많지 않아서 조금 상심할 정도였지만 작품이 기대만큼 좋아서 만족하면서 한편으론
씁쓸한 내용으로 어찌어찌 마무리하고 함께 보면 좋을 영상으로 뭐가 있나? 둘러보다가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에 뻔한 제목의 나쁜 놈들 예고편을 봤는데 뭔가 끌리는 거다.
전혀 모르는 배우들 그리고 영어보다 자주 등장하는
독일어의 향연.
서유럽 최애도시 오스트리아 빈이 배경이라니.
그리고 태국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친구를 떠올리면서 보기로 시작. * 그와 그의 도시 비엔나에 갈 날은 없겠지? 하면서 씁쓸한 미소가 지어질 무렵 이미 이 드라마에 흠뻑 빠져서 그의 생각 따위 나지도 않더라.
결론부터 말하면 꽤나 잔혹하고 무식하게 덤벼드는
그들을 보다가
아.. 진짜 친구는 잘 사귀어야 한다. 혹은 주위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던가? 하는 엄한 생각과 동시에
여전히 제일 부러운 건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혹은 하지 않아도 될 혹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내는구나! 하는 건 너무나 부러웠고.
아직 그런 존재들을 마주하지 못한 내 삶이 안쓰럽고 가엽기까지 했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빈_비엔나 그리고 마르세유, 리구리아 지역을 관통하는 이태리 몇몇 장소 등은
여행 감성을 불러일으켰고. 눈에 익은 나 역시 가 본 곳들이 등장할 때면 추억들이 되살아나고 아! 다시
여행 모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하는 여행에의 그리움이 증폭되는 여러 장면들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마르세유를 마지막으로 찾은 건 10년 전 2014년 이고 비엔나는 2018년 이태리 리구리아
지역은 2022년 실은 파리 올림픽 전에 파리 찾은지 10년이나 되었으니 다시 가볼까? 하고 항공권을
알아봤는데 항공권은 어찌 어찌 살 수 있겠는데 올림픽 기간에 체류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나서
결국 티켓팅을 하지 않았는데 한편으로는 후회도 되고 한편으로는 안가길 잘 한 듯도 싶다.
예를 들면 마르세유 프로방스 공항 입구 라든지. 마르세유의 해안로가 이쁘게 보이는 곳이나 항구 그리고
비엔나의 슈테판 성당 앞이나 도로들 스쳐지나갔거나 기억나는 곳들이 나와서 기분이 묘하게 일렁이고
때로는 추억으로 그리움으로 그 곳에로의 순간이동 하는 듯한 느낌이 나서 일단 화면 만으로 유럽의 몇몇
도시를 랜선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근사한 캘리그라피로 도시명을 보여주는 것도 근사해서
그냥 화면이 살아있다.
유럽영상위원회 혹은 각 도시의 로케이션 매니저가 일을 잘한 건지 제대로 뒷골목을 잘 헌팅해서 정말 저 곳에 그런 곳이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잘 살려내서 촬영한 점이 이 드라마의 강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유럽은 이토록 범죄로 위험하니 당분간 오지 마!라고 말하는 듯 하기도 하는가 하면 감미로운 로맨틱 코미디의 그 곳이 아니라 흔히 접하지 못하는 유럽 누아르 감성 제대로 어두운 뒷골목 다크한 유럽의 분위기 그리고 미처 떠올리지 못한 느낌의 그곳을 상기시켜 준다.
일단 배우진들의 연기가 상당히 안정적이다. 낯선 배우들이라 그런지 모두 그 인물처럼 보이게 하는 장점이 있고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로 보는데 어떤 위화감도 들지 않고 배우들의 합이 꽤 좋다.
자꾸 엮이게 되는 남자 배우들 사이의 브로맨스도 딱 적당하고 자꾸 저렇게 꼬인다고 하다가도 나라도 저럴 수 있을지도 몰라. 라거나 그렇지? 그럴 수 있겠어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놉시스의 정당성이 저절로
생긴다고 해야 하나?
연출도 촬영도 각본도 다 괜찮아서 시즌 2가 기다려지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빨리 정리하려는 듯 급히
마무리한 거 빼고는 전체적으로 다 괜찮았다. 유럽에서 (독일 이나 그 주변 국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시즌 2가 나왔으면 하는 작품이고 일전에 쓴 넷플릭스 추천작 언더커버 하고도 뭔가 결이 닮아있다.
왜 이런 어두운 누아르물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게 끌리는 사람이라 더 설명하기는 어렵겠다.
암튼 넷플릭스 인기순위에 올라와 있는 거 말고 추천 시리즈를 찾는 당신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하면서
간만의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한다.
인생 최고의 폭염에 최악의 갱년기 증세와 함께 미칠 것 같은 찜통 더위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두려워서
여행 조차 미룬 채 내 삶은 어디로 가는 거지? 하면서 드라마만 보고 있지만 오늘 살아서 이 글을 쓴 거처럼 아주 조금씩 나아지면 되지 않을까? 하는 나에게만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두렵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결론은
우리는 여행 아니면 사랑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또 이상한 마무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