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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산 Dec 07. 2021

그 움켜쥔 손을 놓아 보세요

<인생수업>


어느 볕 좋은 금요일 오후였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40대 여성이 혼자 차를 몰고 시 외곽 쪽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붐볐죠. 고속도로 중간쯤 갔을 때 사고가 났는지 앞서 달리던 차들이 급정지하기 시작해서, 그녀도 브레이크를 힘껏 밟은 뒤 백미러를 보았습니다. 


맙소사. 뒤따라오던 차 한 대가 정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달려 왔어요. 정말 전속력으로 돌진했습니다. 그녀는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았으며, 곧 그녀의 차를 들이받으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운전대를 움켜쥔 자신의 손을 보았어요. 의식적으로 그렇게 꽉 잡았던 것은 아니었죠. 위기라고 생각한 순간 그녀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고, 그것이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갑자기 그녀는 계속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도 않고,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눈을 감고 양손을 옆으로 내려놓았죠. 운전대를 놔버린 겁니다. 


곧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후 사방이 고요해지면서 아득했던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어 눈을 떴습니다. 놀랍게도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요. 앞에 있던 차는 트렁크가 박살이 났고, 뒤에서 추돌한 차 역시 완전히 부서진 데다가 그녀의 차는 중간에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멀쩡했던 거예요. 


경찰은 몸에 힘을 풀어 무사했다고 말했습니다. 근육이 경직되면 심한 부상을 입을 확률이 커지는데,  운전대에서 손을 놔버리면서 무의식 중에 긴장이 풀렸다는 겁니다. 그 경험이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주먹을 꽉 쥔채 뭔가를 하려고 하는 순간이 되면, 그녀는 금요일의 도로 위에서 뒷차가 달려오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그려면 움켜쥔 손을 펴고 숨을 내쉴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에 나온 사례입니다. 당신이 만약 실패의 공포에 시달리며 온몸에 힘을 주고 뭔가를 억지로 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금요일 오후의 도로를 떠올려 보세요. 그 움켜쥔 손을 놓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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