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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디 Feb 07. 2024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3박 5일 여행기

나는 비행기가 무섭다

  쿠알라룸푸르 여행을 앞두고 일주일 전부터 나는 잠자리에 들기 어려워짐을 부쩍 느꼈다. 여행날, 공항까지 가기 위해선 잠을 푹 자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전날 야무지게 싼 짐과 함께 총알처럼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운전이 어려워질수도 있었다. 일찍 잠들기 위해 빗소리도 들어보고 글도 읽어보고 듣다보면 반드시 잠에 든다는 수면영상까지 실행했지만 내 의식은 꺼지지 않았고 스마트폰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켰다. 최악의 상황이다. 잠들어야 하는데, 잠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의 의식은 보다 또렷해지고 잠이 오지 않는데 그러면 다시 잠들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한 굴레다.


 잠에 쉽사리 빠지지 않는 내 몸과 의식을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내가 생각해본 문제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수면영상에서 살펴보니 심부의 온도가 높으면 잠에 들기 어렵다고 했다. 수족냉증이 있는 나는 손발과 심부의 온도차가 크다. 그런데 최근 이런 증상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2. 내 심부의 온도가 높아진 이유는 쿠알라 룸푸르 여행이 몇 일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3. 여행이 설레기도 하지만 쿠알라 룸푸르에 가려면 비행기를 7시간이나 타야한다.

4. 비행기를 타는 것은 나를 긴장시킨다.


 그렇다면 비행기를 타는 것이 나는 왜 긴장될까? 해외여행을 좋아하고 비행기를 타고 왔다갔다 해야하는 고향을 떠나 독립한 성인으로써 나는 100번 넘게 비행기를 타봤다. 그런데 나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흐를 정도로 땀을 흘린다. 나에게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긴장을 넘어 두려움, 무서움까지 느끼게 한다. 이에 대한 이유를 이번 기회에 다각도로 생각해봤다.


1. 고소공포증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이는 꽤 심한 정도라 높은 건물에 위치한 전망대에 가는 것도 싫어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놀이기구는 아예 타질 못한다. 어린 시절 스스로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바이킹을 탔는데 죽는 줄 알았다. 죽음의 공포를 느껴 타다말고 소리를 질러 바이킹을 멈춘 경험까지 있다. 높은 곳을 생각하면 손에서 본능적으로 땀이 흐른다. 타자를 치는 지금도 땀이 난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면 7000피트 위를 날아다녀야 할 뿐만 아니라 난기류를 만나면 놀이기구에 탄 것 마냥 사정없이 흔들려야 한다. 난기류로 추락한 비행기는 역사상 한 대도 없다지만 7000피트 위에서 놀이기구 탄 것마냥 흔들려질지도 모른다는 것은 내겐 정말 달갑지 않다.


 2. 죽음에 대한 공포

 비행기의 사고율은 지극히 낮다. 방금 검색해보니 약 0.000025%라고 한다. 이정도면 내가 길 걸어가다가 돌 맞아 죽을 확률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 사고는 발생하면 큰 재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이는 언론에 대서특필된다. 내가 태어난 후로 발생한 비행기 사고들은 비행기에 탈 때마다 나를 두렵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이번 여행지인 쿠알라룸푸르를 오가는 항공기 2대가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한 건은 항공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2014년 mh370편, 또 다른 한건은 역시 2014년 발생한 mh17편 러시아 격추 사건.


 티켓을 예매한 후로 내 스마트폰이 이 사실을 훔쳐듣고 유튜브에 관련 영상들을 잔뜩 보여주는 만행을 저질렀다. 안그래도 비행기를 무서워하는데 두 사건을 듣고서 더 가기 싫어졌다. 2024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이 없잖아! 하는 마음이었다. 이성적인 어른이라면 논리적 사고로 사고 발생률이 지극히 낮고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하는 비행기가 내가 가는 날 갑자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임을 알고 차분히 비행기에 오르겠지만 비행기 공포증을 가진 나로선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백만원을 이미 저당잡혀 있기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분명 신나서 결제한 비행기 티켓이었는데 이제는 가기 싫어서 절절 매고 있다. 인간이란 참 신기한 존재이다. 나도 내 스스로가 잘 이해가 안된다.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려 에어아시아, 키위닷컴 상담사와 이야기하다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다른 여행지를 찾아보면 이미 날짜가 많이 가까워져 비행기 티켓값이 무섭게 올랐고 취소해도 얼마를 돌려받을 지도 불분명한 상황! 합리적인 어른다운 사고로 그냥 쿠알라 룸푸르로 떠나기로 했다. 고소공포증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만서도 돈 떼이고 돈 더 내야하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이런게 바로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까? 잠자리에 들며 스스로 되새긴다.


비행기 사고가 날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

비행기는 자동차보다 안전하다…

비행기 기장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이다..

비행기는 과학기술의 최첨단이다..

인류가 달도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찌 이리 겁이 많은지. 앞으로 세상 구경이 더 어려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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