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책방하고 사는 이야기> 1. 프롤로그
어쩌다가 남해까지 갔(왔)어?
남해에 내려온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다. 글쎄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다음으로 (책방을 열기 전까지) 많이 들은 질문은 이거.
그래서 남해에서 뭐 해 먹고살아?
글쎄요, 그것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남해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더라.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니 지족, 이동, 물건 같은 마을 이름들이 버스 앞에 옹기종기 붙어있던 게 생각난다. 참 독특한 이름이다, 뭔가 이국적이네, 하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난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북적이고 빠른 게 미덕이었던 서울과 달리, 버스 하나 놓치면 기본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곳.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어디 두어 군데만 다녀와도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리는 곳. 몸도 마음도 대책 없이 여유로워져야만 하는 곳. 뭐 이런 점들이 나를 떨리게 했던 것 같다. 서울에 돌아오면 남해 여행의 여운이 도시의 일상을 물들였고, 그러면 또 4시간을 달려 남해에 갔고, 결국 2017년 2월에 완전히 내려왔다.
처음 남해에 내려왔을 때는 백수였다. 모아놓은 돈이라고는 퇴직금이 전부인 통장을 야금야금 파먹으며, 그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놀 수 있을까 고민하던 백수.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갈 거라는 둥,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할 거라는 둥, 여행작가가 될 거라는 둥 이런저런 생각은 많이 했었지만, 책방을 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지금은 이름 참 독특하다 싶었던 그 마을에서 책방을 하고 있으니 정말 신기하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 ‘계획’이란 너무나도 거만한 단어가 아닐까.
아무튼, 당시의 나는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으므로 남해에서 뭐 해 먹고살 거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뜻의 부사를 꼭 함께 붙여 이렇게 대답했다.
음, 그러니까 제가 하려는 건, 아마도 책방일 거예요.
아마도 책방을 할 것 같아요.
어쩌다 남해까지 오게 되었는지, 책방 이름은 왜 그렇게 지었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면 좋은지, 고양이는 언제부터 키웠는지. 너무 작고 좁은 이곳에서 예상 밖의 관심 속에 수없이 받았던 질문들. 거기에 대답해보려다가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