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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운 Oct 12. 2022

[컴백홈] NEVER COME BACK

이런 영화, 돌아오지 마.

[츌처: 네이버 영화]



조폭 코미디. 아니, 코미디언 조폭.

어쨌거나 조폭과 개그가 합쳐진 장르가 나온 게 얼마 만일까? <신라의 달밤>을 시작으로, <가문의 영광>시리즈, <조폭 마누라>, <목포는 항구다>로 이어지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조폭+코미디 물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런 귀환은 별로 반갑지가 않아.




<컴백홈>은 시종일관 1차원적으로 웃긴다. 아니, 웃기려고 애를 쓴다. 20년 전의 ‘개그콘서트’ 수준이라고 보면 될까? 치아로 무를 벅벅 가는 갈갈이, 못생긴 얼굴로 웃기는 옥동자, 뒷태는 미녀인데 알고 보니 못생겼다는 오나미 등등. 개그에 수준이 있는 건 아닌데, 말하자면 정말 “원초적”인 부분이 대다수다. 차에 치이고, 머리에 스타킹 쓰고, 저질 댄스 추다가 갑자기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오열하더니, 또 몸싸움 개그를 선보인다.

이걸 보다 보면 개콘이 망한 게 정치판 때문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정말 이 수준으로 저급하게 웃기려고 드니까 폐지된 게 분명하다. 개콘의 전성기의 10분의 1도 안되는 저급 개그로 무장하고 찾아온 <컴백홈>은 그냥 BACK하라고 쏘아붙이고 싶을 지경이다.


차라리 <극한직업>처럼 웃기기만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이라도 하지. 되도 않는 감성팔이 노랑장판 구질구질 신파에, “날 버린 줄 알았지만 사실 계속 나를 사랑했던 아버지ㅠㅠ” (이건 대체 언제적 유행이란 말인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가), 잊은 줄 알았던 첫사랑의 등장과 재회 등등… 정말 한국 저급 영화의 정수를 한데 모았다. 서태지가 컴백홈 부르던 시절에서 갓 넘어왔다고 해도 믿을 촌티가 흘러넘친다. 차라리 그 시절엔 레트로 빈티지 감성이나 있지, 이건 뭣도 아니다.


이범수와 라미란이라는 꽤 파워 있는 배우들을 데리고 이 정도 수준밖에 찍어 내지 못하는 건 감독의 역량 탓일까? 애초에 감독 전작 <거북이 달린다>도 하품 3천 번 정도 하면서 보긴 했지만 <컴백홈>은 거기서 더 퇴보했다.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처럼 극의 흐름도 느리고, 감독의 감각도 느리다. 이 영화는 조폭 코미디의 전성기 시절에 개봉했어도 50만도 채우기 어려웠으리라. 조폭 컨셉을 잡았으면 차라리 으리으리한 어깨들이라도 우르르 나왔어야 했는데 오합지졸 동네 양아치 패싸움 수준의 규모로 등장한다. 충청도 최고 조직이라는 명성에 조금도 걸맞지 않는 30명 동네 싸움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건 제작비가 없어서 소규모로 대충 찍은 건가, 아님 조폭도 소규모라며 클린 충청도 광고하는 건가, 의도를 모르겠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빛나는 건 이범수다. 그나마 피식 하는 수준의 웃음이 나오는 것도 ‘강돈’이 나오는 장면과 대사들이다. 이범수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착 붙는 사투리를 보는 재미가 아주 조금은 있다. 물론, 그거 말곤 아무것도 없다는 게 큰 문제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한국에서 조폭 코미디가 왜 망했는지를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 대단히 PC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충 코미디랑 조폭이랑 섞으면 좋아하겠지? 하면서 안일하고 생각 없이 만들어서다. 심지어 기본적이 완성도마저 바닥이다. 배우가 입을 제대로 열지 않았는데 대사가 나오고, 담배 타들어 가는 소리가 목소리보다 크며, 내재 음향으로 나오던 음악이 아무런 조치도 없이 뚝 끊겨 버리기까지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안 된 영화가 다른 부분에서 멀쩡할 리는 없다. 엉망진창 아수라장이라, 제발 NEVER COMEBACK HOME을 외치게 된다. 차라리 대학교 졸업 영화제 영화가 더 낫겠다. 그건 그래도 기본은 하지.


누가 돈 주면서 제발 봐 달라고 해도 보기 싫은 영화, 내가 돈 주고 봤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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