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고 나니, 아침과 저녁으론 꽤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늦은 밤, 새벽녘까지도 24시간 끓는 물속에 있는 기분이었는데 이제야 조금 숨을 돌릴만하다. 여름이 언제 가나 싶어도 금세 계절의 변화가 찾아온다.
푹푹찌는 계절이 가고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렸건만 또 막상 시원해지니 여름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올 여름 태풍은 다 지나간 건지, 아니면 아직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빗물 누수 없이 무탈하게 지나고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여름을 잘 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여름이 아니면 못 느낄 나뭇잎의 초록색은 봄의 초록과 또 다르다.
열기를 한껏 머금었다가 비가 내리면 담뿍 물을 잎으로 끌어올려 예의 그 반짝이는 초록을 내뿜는다.
세상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 못할 청량한 초록이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시원하여, 나의 반려묘를 냥모차에 태우고 공원산책을 다녀왔다.
여름 한 계절 내내 더위를 피해 집에만 있었으니, 이 녀석도 많이 갑갑했을 터다.
아침 6시 반쯤 부지런히 공원으로 가니 벌써부터 부지런한 아침형 사람들이 운동이며 산책을 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에 실려 오는 나무냄새와 풀냄새가 진동한다.
반려묘는 연신 코를 셀쭉거리며 모든 냄새를 흡입하고 있다. 이 녀석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비춰질까, 매미들이 귀를 찌르듯이 우는 이 소리가 어떻게 드릴지, 사람보다 후각이 좋다고 하니 세상에 어떤 냄새들을 맡을지 궁금하다.
반려묘를 산책하는 일은 거의 없다보니 공원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놀라면서도 귀여워해주신다.
어쩜 얌전하게 잘 있냐며 자기네 집 반려묘와 비교하는 분들도 더러 있다.
수의사는 반려묘 산책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오히려 산책으로 인해 활동범위가 넓어지면 집안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게다가 고양이를 산책시킬 경우 집을 나가거나 산책하는 도중 잃어버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산책할 때 꼭 지켜야 하는 나만의 규칙이 있다.
우리집 반려묘는 하네스를 꺼내면 다다닥 뛰어와 엉덩이를 내쪽으로 두고 앞에 선다.
어서 하네스를 채우라는 뜻이다.
하네스는 목과 어깨에 이중으로 한다. 냥모차 고리와 하네스 고리를 연결하여 혹시라도 냥모차에서 뛰어내릴 때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한다.
냥모차에 태운 후에는 웬만하면 뚜껑을 닫고, 주변에 강아지가 있을 경우는 절대 뚜껑을 열지 않고 피해서 지나간다. 나의 반려묘는 입양 온 이후부터 산책을 종종하다보니 익숙해졌다.
매순간 날씨가 변하고, 공기의 냄새도 변한다. 집 앞 공원마저도 날마다 경치가 바뀌는데 반려묘가 죽을때까지 집안에서 창밖만 본다는 게 괜시리 안쓰러워 산책을 함께 나간다. 묘생이 짧은데 여러 경험을 해주고픈 집사의 마음이다. (혹자는 산책하다 잃어버리고 후회하지마라고 하겠지만)
반려묘는 산책을 다녀오면 아침을 먹고, 물을 마신 후 몸을 쭈욱 피고 한숨 자고 일어난다. 유난히 산책을 다녀온 날이면 밥도 더 잘먹고 더 잘자는 것 같다.
이제 날씨가 더 선선해질 테니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부지런히 반려묘와 공원 산책을 나갈 것이다. 아침 해도 맞고, 노을도 맞으며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더 많이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