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를 배우는 중이고, 세 번째 수업을 하고 왔습니다.

by 공기북

최근 나는 퇴근 후 주 1회, 수어를 배우고 있다.

‘뭐든 배워두면 언젠가 쓰일 곳이 있겠지’라는 생각과, 소리 없이도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매력에 이끌렸다. 수강생들은 저마다 수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다양했는데 그 중 최근에 나온 영화 ‘청설’을 보고 수어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배우러 왔다는 이들이 꽤 있었다.

이건 마치 어릴 적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 때문에 파티쉐를 꿈꾸는 수강생들이 늘어난 것과 비슷한 거 아닌가.


첫 날 수어수업은 고요속의 몸짓이라 온몸이 찌뿌둥할 지경이었는데, 오늘 수업은 예상보다 훨씬 역동적이었다.

강사님은 농아이시고, 모든 의사소통은 오직 수어로만 이루어진다.

칠판이 가끔 등장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표정·손짓·몸짓이 전부다.

시력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두 시간 내내 강사님의 표정과 손동작에 집중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눈이 뻑뻑해지고, 목이 뻐근해질 때쯤 수업은 절정에 다다른다.


세 번째 수업 주제는 ‘사람을 표현하는 법’이었다.

강사님은 공원 사진을 보여주셨다. 그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각자 한 명씩 골라 손끝과 표정으로 묘사하면 다른 수강생이 맞히는 방식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 이것이 수어의 표현 순서다.

머리 모양, 가르마, 머리 길이와 질감, 귀걸이, 옷의 길이와 색, 무늬, 신발이 운동화인지 슬리퍼인지까지.

하나라도 놓치면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가리키게 된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사람을 이렇게까지 관찰해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앞으로 나가 내가 고른 사람을 표현하는 순간, 마치 배우가 된 것처럼 온 얼굴 근육을 움직였다.

낯설고 부끄러운 경험이었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떻게든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티브이 속 수어 통역사 화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하체 움직임까지 총동원해야 했다.

수업이 끝나자 배가 고플 정도로 체력이 소모됐다.

수어는 단순한 손짓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의지, 관찰력, 표현력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은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르게 열린다’는 것을 배웠다.


앞으로의 수어 교육에서는 또 어떤 세상을 배울지 모르겠지만, 12월 겨울까지 기초반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이다.


아, 그리고 다음 주에는 같은 조원들과 조금은 친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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