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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로운 Oct 11. 2022

프랑스, 하면 일단 무슨 음식이 떠올라?

한국인들의 프랑스 대표 3대 음식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내가 처음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때부터 5년 간의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현재까지, 내 주변 한국인 지인들은 줄곧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를 낯설어 하면서도 동경하곤 했다. 에펠탑과 파리 그리고 프랑스만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야 뭐, 전세계에서 유명하기에 분명 프랑스는 지구 반대편 유럽 영토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라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유독 우리 한국인들에게 있어 프랑스 파리는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것만 같은, 에펠탑을 보지 못하고 나이만 들어가면 이상하게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은, 그런 독특한 환상을 주는 곳인 것이다. 국경을 넘고 넘어 12시간의 비행을 하고 난 후에야 피곤한 몸으로 도착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지만 우리는 꼭 열심히 번 돈을 꿈속의 장소에 투자하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땠을까? 솔직히, 한국과 한국어밖에 몰랐던 20대 초중반의 내가, 우연한 계기의 만남으로 프랑스와 프랑스어에 눈을 뜨게 되고 '아, 프랑스가 독일과 스페인이랑 같이 붙어 있구나!' '아니, 프랑스 국립대학은 학비가 엄청 싸네?!' '아니, 프랑스 사람들은 시위도 이렇게나 과격하게 하고 동거를 결혼이랑 거의 동등하게 여기는 법이 있다고?!' 등등, 한국의 정서와는 멀리 떨어진 듯한 그들만의 문화를 배우게 된 것이 내 첫 시작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곧, 그렇다. 나는 프랑스 음식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다. 




[사진 3]. 파리, 2017년 늦여름 언젠가, 내 첫 프랑스 살이가 시작된 때. 파리 1구 오페라와 루브르 박물관 근처를 산책하는 것을 유독 사랑했다. 




그저 프랑스어 중급 정도의 실력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호기심, 그리고 20대의 젊은 용기만으로 프랑스 땅을 처음 밟았다. 언젠가 프랑스인 친구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해 왔던 적이 있다 : "프랑스 파리 첫인상이 어땠어?". 그때 내 대답은 명확했다 : "활기". 


8월 말, 늦여름의 파리는 여전히 바캉스 기간이었기에 평소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다. 습하지 않은 적당한 더위와 짱짱한 햇빛을 받으며 카페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에스프레스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나 신문, 책 등을 읽고 있는 백인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건, 2017년 늦여름 오후, 파리 14구 기숙사를 향해 가는 택시 안에서였다. 


중요한 할일 없는 어느 일요일 오후와도 같은 날, 적당한 소음 속에서의 테라스 커피 한 잔이라는 건데, 왜 내게는 그 모습이 활기차게 느껴졌을까 생각해 보면, 단연코 내가 탔던 택시의 그 속도감과 완전히 생경한 곳을 경험하고 있는 내 마음 자체가 살아있는, 움직이는 도시의 느낌을 줬기 때문이리라. "C'est quoi ça ? Et ça ? (저건 뭐야? 그리고 저건?)", 어눌한 그렇지만 호기심 가득한 내 프랑스어 기초 발음으로 한번도 본 적 없는 유럽 건축 양식의 화려한 건물들을 가리키며 택시 운전사에게 연신코 물었던 그때의 나. 그때의 나는, '프랑스 음식? 뵈프 부르기뇽 정도는 아는데, 또 뭐가 있는데?'였던 것이다. 




[사진 4]. 초여름의 파리. 튈르리 정원. 대형 연못 앞에서 초록 의자에 기대 몇 분이고 앉아 있었던 적은 많지만, 역시나 나라는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유럽인들처럼 몇 시간을 앉아 살을 태우지는 못 하겠더라. 




프랑스 대표 음식 1) 바게트 빵과 샌드위치 


그렇게 시작됐던 내 파리 생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프랑스인들의 식사 형태를 배우게 했다. 물론 프랑스 가정집에서 지내는 건 아니었기에, 초반 1년, 파리 17구 원룸으로 이사하기 전까지는 대략적으로밖에 알고 있을 뿐이었다. 프랑스어 학원에서 오전 수업을 받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을 때, 매일 눈에 띄는 공간은 단연 빵집이었다. 프랑스 빵집은 어디 곳을 가든 항상 줄을 선 사람들과 달콤한 버터 향의 바게트 빵 냄새로 가득차 있다. 가끔 어떤 빵집은 벌들이 냄새를 맡고 유영하는 곳도 있다. 긴 줄을 서서 그들이 점심식사로 구매하는 것은 항상 길고 딱딱한 바게트 빵 샌드위치였다. 바게트 빵 가운데를 반으로 자른 그 사이에는 주로 버터를 바른 후 슬라이스 햄이나 샐러드, 치즈를 넣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샌드위치를 프랑스인들은 공원에서나 빵집 앞 보도에 서서 혹은 앉아서 먹는 게 곧 그들의 점심 문화였다.


[사진 5]. 내가 만들어 먹었던 샌드위치. 모든 재료를 프랑스 마트에서 구매해 만들었었다. 양파, 녹색 강낭콩 줄기, 으깬 아보카도와 생선까스를 프라이팬에 적당히 볶아 두 식빵 사이에 넣어 먹곤 했다. 나는 프랑스 5년 살이 내내 긴 바게트 샌드위치를 통째로 길거리에서 먹어본 적이 없었다. 왜냐? 내 이빨은 프랑스인들만큼이나 강하게 단련되지 않았기 때문. 

 



프랑스 대표 음식 2) 마카롱과 디저트 조각 케잌


한국에는 뚱카롱이 있다는 걸 알고 그 다채로운 맛의 귀염뽀짝한 모습을 처음 인터넷 사진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봤을 때는, '와- 진짜 한국은 독창적이구나! 이걸 프랑스인들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그후 몇 년이 지나 내가 한국으로 아예 돌아오게 된 지금까지도 사실, 뚱카롱은 프랑스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 말인즉슨, 한국인들이 마카롱인지 마크롱인지 헷갈려 하는 그 예쁜 프랑스 대표 디저트를 사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응용까지 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아직까지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내 프랑스 지인들 중 딱 한 사람만이, 그 툭 건드리면 또로로로로- 굴러갈 것만 같은 요요(추억의 장난감으로 90년대생까지라면 알고 있을 장난감)처럼 생긴 한국식 마카롱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 사람의 경우 평소 프랑스 디저트들을 자주 집에서 만들어 먹었으며, 심지어 한 유명 일본인 쇼콜라티에의 유튜브 채널을 자주 시청하던 개성 있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프랑스인들은 전세계에 마카롱의 형태가 프랑스식 딱 하나로만 존재하는 줄로만 알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 :/ 


이러나 저러나, 한국인들에게도 또 프랑스인들에게도 프랑스 대표 음식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마카롱과 다양한 맛의 디저트 케잌이라고 답할 것이다. 우선 마카롱의 경우, 파리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가 봐야 할 곳이 바로 "La durée [라 듀레]"라는 이름의 마카롱 유명 매장이다. 특히 파리 8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라 듀레 매장은 평일/주말 상관없이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일단 위치 자체가 좋기도 하거니와, 규모가 다른 체인점보다 훨씬 크다. 더 중요한 건, 샹젤리제 라 듀레는 그 어느 곳보다 외관이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레몬, 나무딸기, 딸기, 쵸콜렛, 피스타치오, 바닐라, praliné [프랄리네]라는 이름의 설탕에 졸인 쵸콜렛, 체리, 사과 등등 총 서른 가지 맛의 마카롱이 전시된 유리관 앞으로 길게 줄 서서 '이번엔 무슨 맛을 고를까?' 행복한 고민했던 추억이 몇 번이고 떠오른다. 


[사진 6, 7]. 선물로 받았던 마카롱. 위 사진은 2021년 3월, 인턴생으로 활동했던 파리 7구 한글학교 한 선생님께서 주셨다. 또 아래는 2022년 6월, 한 프랑스 고등학생이 내 한국어 수업을 받은 후 원하던 대학에도 붙고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며 과외 마지막 날 내게 줬던 감사의 의미. 열심히 일한 끝에 적절한 보상의 의미로 받았던 거라서 가장 맛있었던 마카롱으로 기억한다. '왜 상자 속 마카롱 사진을 찍지 않았을까' 후회되는 시점 :p


[사진 8]. La pâte du praliné aux noisettes 헤이즐넛 프랄리네(설탕에 졸인 쵸콜렛) 반죽, 2020년 5월 5일, 집에서 혼자 직접 만들어 보다! :) 좀전에 잠시 얘기했던, 디저트 만들기를 취미로 갖고 있던 한 프랑스 지인에게서 마카롱을 비롯한 많은 수의 프랑스 디저트 케잌에 이 프랄리네 반죽이 활용된다는 것을 배웠었다. 반죽 만드는 건 그리 복잡하지 않았고, 처음 혼자 만든 것임에도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 




마카롱 외에도, 프랑스는 다채로운 수의 조각 케잌의 나라이기도 하다. 대표 프랑스 디저트 케잌만 해도 스물다섯 가지가 넘기도 하거니와, Gâteaux de Noël [갸또 드 노엘]이나 Gâteaux de Pâques [갸또 드 빠끄], 즉 매해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때마다 가족끼리 먹는 케잌 문화까지 있기 때문에,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 들어온 프랑스 디저트의 수는 아직까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기타 서울에나 가야 몇몇 볼 수 있는 프랑스어 간판을 이룬 디저트/와인 매장에서나 간간히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우선 프랑스 디저트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한국인이라면 알 수도 있을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Paris-Brest [파리-브레스트], (le) mille-feuille [(르) 밀-퍼이으], (le) fondant au chocolat [(르) 퐁당 오 쇼콜라], Éclair [에끌레르]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들이 다 무엇인고, 아는 것 같으면서도 이름만 봐서는 잘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 각각의 사진을 아래 첨부해 보겠다. 사진 순서는 위에 명시한 순서 그대로이다. 아마 사진을 보면 '아, 나 이거 먹어 봤는데! (혹은) 아, 이거 어디서 본 건데!' 할 것이다 : 


[사진 9, 10, 11, 12]. 대전역 근처 성심당 디저트 전문 체인점에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보고 지나쳤거나 먹어 봤을 프랑스 대표 4대 디저트 케잌. 


내가 프랑스 파리에서 먹었던 케잌들이나 다른 더 다양한 프랑스 디저트들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에 내가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해 보겠다. 




프랑스 대표 음식 3) 와인 


마지막으로 또, 한국인이라면, 아니 솔직히 이건 지구상의 전세계인이라면 그 누구나 말할 법한 프랑스 대표 음식,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대표 식문화, 와인을 빼 먹을 수가 없겠다. 사실 와인의 경우, 프랑스뿐만 아니라 서유럽 대표 국가들의 이른바 '국룰'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국가의 규칙일까 하면, 점심 때든 저녁 식사 때든 항상 가벼운 와인 한두 잔 정도는 마시는 게 그들의 대표 문화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le vin [(이 단어의 경우, 발음을 한국어로 적어도 온전한 발음이 상상되지 않기에 굳이 적지 않는 것을 택함)], 와인. 대부분 잘 알고 있듯,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 화이트, 레드, 그리고 로제. 하지만 이건 어마어마한 수의 와인들의 맛을 정말로 크~게~ 나눈 단순한 분류법일 뿐, 알고 보면 같은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미세한 맛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얼마만큼의 한국인들이 알고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아마 와인 셀러나 와인을 소재로 한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외에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와인이란 건 종류가 딱 세 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프랑스인들에게 와인이란 어쩌면 술 그 이상의 고급스러운 미식 문화,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는 그 증거에는 내 두 가지 경험이 있다. 하나, 내가 만났던 모든 프랑스인들은 항상 집에 와인을 구비해 두고식사 때마다 마셨으며, 항상 내게 물었다, "한국인들은 와인 마셔?". 둘, 파리에서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독일 등의 유럽 식당을 넘어 한국/태국/인도/일본/중국 등의 각종 아시아 식당들까지도 메뉴판에 항상 종류별 와인이 명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13]. 2020년 4월 7일, 레드 와인. 코로나라는 이름의 알 수 없는 전세계적 바이러스가 프랑스에도 넘어오고 급기야 2020년 3월 17일, 전국적 봉쇄령이 내려졌던 날들. 파리 17구 6층 원룸에서만 지냈던 내가 걱정 됐던, 바로 5층에 살고 있던 85세 집주인 할아버지는 내 원룸 문밖에 요로코롬 예쁜 빛깔의 레드 와인병을 놓고 갔었다. Les Amoureuses, 사랑하는 이들. 할아버지는 항상 내게 사랑하라고 말씀해 주셨었다 :) 


파리에서 지냈던 지난 5년의 세월 동안 가장 많이 맛보고 배웠던 프랑스 음식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지체없이 '와인'이라고 할 것이다. 그만큼 프랑스인들은 와인을 한 가족처럼 사랑하며 아낀다. 프랑스 어느 식당을 가나 와인이 없는 메뉴판을 본 적이 없고, 주문한 와인이 나올 때면 식당 직원은 언제나 병을 와인 이름이 보이도록 한번 내게 보여준 후 글라스에 아주 약간만 따라 시음해 볼 수 있도록 했었다. 시음하고 괜찮으면 OK, 그렇지 않으면 이유 불문하고 다른 와인을 추천해 주곤 했었다. 


나의 경우도, 또 대부분의 프랑스인들 경우에도, 웬만하면 OK를 말하지만(물론 와인 자체가 맛이 없는 경우가 많이 없을 뿐더러, 와인을 시키기 전에 메뉴판에 상세히 적혀 있는 맛 설명을 하나하나 다 읽고 주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시음하고 있는 나를 지켜 보고 있는 식당 직원의 눈빛과 그런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NO를 외치기가 좀 거시기한 측면도 있기에), 나는 한번, 아주 딱- 한번 진짜 와인 맛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표정도 찡그린 채 NO를 말한 적이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 그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Chardonnay(한국 메뉴판에서는 '샤도네이'라고 적혀 있다)를 언제나 그렇듯 그날도 주문했고 시음을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간 내가 접했던 같은 샤도네이 화이트 와인과는 맛이 좀 달랐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뜻은 곧, 와인 맛의 세계는 방대하고도 매우 방대하다는 말일 테다. 


[사진 14]. 일반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평범한 크림 파스타를 시켰음에도, 이때의 나는 역시나 음료로 와인을 주문했었다. 이날은 로제 와인. 여러 기타의, 내가 찍었던 프랑스 식당 & 식탁 사진들에는 항상 와인이 있다는 걸 깨달은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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