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리움에도 유통기한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옅어지고, 어느 날 문득 생각나더라도 예전만큼 아프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늘 시간이 답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으며 하루를 건너왔습니다. 오늘을 넘기면 내일은 조금 덜 힘들 것이라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그러나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형태를 바꾸어 제 곁에 머물렀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그 생각으로 되돌아갔고, 모든 장면이 그 사람의 그림자와 겹쳤습니다. 아침의 공기, 저녁의 빛, 아무 의미 없는 거리의 풍경까지도 그리움과 연결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겉으로 드러나는 흔들림은 줄어들었습니다. 생활은 다시 제 리듬을 찾았고, 사람들 속에서 웃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저는 제법 안정된 얼굴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제는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말이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처럼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은 잦아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용한 밤이 되면, 그리움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크게 소리치지는 않지만, 묵직하게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예전처럼 눈물로 번지지 않을 뿐, 마음 깊은 곳에서 가만히 숨 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감정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계절이 돌아오면, 그리움은 조금 더 짙어집니다. 함께 보았던 하늘과 비슷한 색이 펼쳐질 때면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그 순간 저는 과거로 끌려가기보다, 현재에 서서 그 감정을 바라보려 합니다.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제는 두렵기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리움은 상실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랑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깊이 아끼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래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볍게 스쳐 간 인연은 금세 희미해지지만, 오래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감정은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이름을 떠올려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또 어떤 날은 이유 없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감정은 일정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줄어들지도, 완전히 멈추지도 않습니다. 다만 저와 함께 나이를 먹어 갑니다.
이제 저는 그리움을 줄이려 애쓰지 않습니다. 대신 그 감정을 안은 채로 걸어갑니다. 떠오르면 잠시 머물고, 사라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대신 제 삶 속에 스며듭니다. 새로운 기억 위에 겹쳐지고, 새로운 하루와 함께 이어집니다. 저는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조용히 받아들이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사라지지 않는 마음을 안은 채, 그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