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지나며

by 여름호빵

오랜만에 관악산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언제 이렇게 단풍이 다 들었나 싶었다.

매년 같은 자리를 지나는데도

나무들은 매번 다른 옷을 입고 있다.


때가 되면 새싹으로 초록초록해지고,

때가 되면 잎은 물들고,

때가 되면 떨어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은 어김없이

자신의 순서를 알고 있었다.


그게 참 신기했다.

경이롭기까지 했다.


매년 보는 풍경인데도

늘 새롭고,

매번 조금씩 다른 빛깔로 다가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사람에게도 각자의 때가 있겠구나.


누구는 아직 푸르고,

누구는 이제 서서히 물들고,

누구는 잠시 멈춰 있는 시간 속에 있겠구나.


그걸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아도,

우리도 결국 제때에 변하고,

피고, 다시 살아나는 존재겠지.


나도 언젠가 그렇게,

내 때를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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