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OPHYSIS Nov 01. 2023

별다를 것 없는 매일이 별다를 때

어제 아들이 학교에서 조금 다쳐서 왔다. 다른 친구들이 와르르 몰려와 한 친구가 앞을 보지 못한 채 아들을 밀었던 것이다. 이를 아들이 집에 오고 한참 뒤에 안 것은, 담임 선생님의 하이톡 메시지를 보고 나서였다. 선생님은 대략적인 이야기와 함께, 아들이 다쳐서 우니 오히려 멀리 있는 다른 친구들이 선생님께 우르르 몰려가 아들을 넘어뜨린 친구를 지목했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은우가 친구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며 오히려 친구를 감싸주더라고요'하며 아들의 마음을 읽어주셨다. 일단은 아들의 몸부터 살폈다. 양팔과 무릎에 상처가 크긴 했으나 씩씩한 아들은 "여긴 좀 아프고 여긴 괜찮아" 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부러지거나 다른 큰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고 선생님의 메시지를 다시 찬찬히 읽었다. 그 상대 친구도 참 놀랐을 터다. 아들이 울면서도 그 친구의 당황스럽고 놀란 마음을 나름 보듬어 준 것 같아 기특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보통 저맘때 일단 내가 아픈 게 고통스러우니 의도를 떠나 탓하게 되지 않나. 우리 가족은 그날 밤 아들의 그런 행동과 마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땐 그러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랬냐며 물으니 아들은 이게 칭찬받을 일인가 싶어 얼떨떨하면서도 내심 뿌듯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고 저녁에 누워 생각해 보았다. 지나칠 수도 있는 아들의 말과 행동에서 어떤 미덕을 헤아린 선생님의 그 마음을 떠올렸다. 24명 남짓 아이들 틈, 하루에 다양한 일과 말과 사건 사고들 사이에서 한 아이의 작은(그러나 이 엄마에겐 대단한) 행동을 해석하여 그 부모에게 전달하는 일까지, 마음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임을 어렴풋이 그려 보다 퍼뜩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예약발송 메시지로 나도 그 마음을 담아 보냈다. 아들이 1학년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어 참 감사하다고, 모두 선생님 덕분이라고.




누군가에게 감사할 일도, 감사를 받는 일도, 어쩌면 대단한 행동과 어떤 숭고한 정신 같은 것에서 나오는 것은 일상에선 드물다. 그저 지나쳐버릴 수도 있을 틈을,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선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그런 시선이, 주고받는 감사가 되고, 또 말 등의 형태로 전해질 때, 별다를 것 없는 매일도 조금 달라짐을 보게 된다. 감사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한 모든 위대한 말은 단연 진실이다. 나는 감히 거기에 '틈을 들여다보는 시선'도 보태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존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