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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PHYSIS Dec 20. 2023

어느 무신론자의 숨은 신 찾기

창밖을 보고 눈이 밝아졌다. 진짜 선물이 내려온 것처럼 새하얗게 고왔다. 밖으로 나갔다. 머리에 눈덩이를 들이부은 것처럼 청량함이 느껴지는 공기. 그 어느 권력자도, 재벌도, 명예를 거머쥔 이라도 인위로 할 수 없는 자연의, 창조주의 선물. 귀하고 귀하다. 사실은 의외로 그런 게 참 많다. 이를테면, 고양이가 나를 졸졸 따라다니고 지긋한 눈빛을 보내며 온몸을 비비적대는 것은 아무도 그렇게 하도록 시킬 수 없고, 코 자는 아들의 그 고요한 숨소리도 값을 치를 수 없다.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의 상쾌함에서부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도 역시 그 어떤 파워로도 함부로 조작해 낼 수 없는 지상 최고의 특특특상급 선물임을 종종 잊는다. 부, 권력, 명예로 조장해 낼 수 없는 삶의 기적들이 자신을 봐주길 기다리는 것을 보면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진다. 눈가가 편안해지고 목에 들어간 힘은 스르르 풀린다. 창밖 새하얀 선물 덕분이다. 삶의 균형을 잊지 않으면서도 쉬이 넘기곤 하는 것들에 내 시선을 각인하는 일상을 살아가야지 하고 또 마음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창조주가 마련한 또 하나의 숨겨놓은 한 송이 선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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