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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PHYSIS Jul 19. 2023

나 이제 빛이야!

무기력이 찾아올 때

자기 삶의 부족한 면면만 보다 보면 스스로를 암흑으로 밀어 넣는 이가 자신임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고는 지금 자기 삶이 왜 이 모양인지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는다. 내가 그랬고, 지금도 그런 얄궂은 버릇이 아주 가끔 올라온다. 인간의 뇌는 오래전부터 부정적인 부분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을 가지고 끊임없이 생존해 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때로는 '오랫동안 모습을 비추지 않는 해' 같은 요인, 그런 정말 우스운 이유 때문에 자신에게 그런 벌을 내리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오늘처럼 오랜만에 해가 반짝하고 세상을 눈부시게 비추면 나는 다시 어둠에서 빛으로 나를 이끌어낸다. 그러니 그 암흑의 기운을 잘 건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가 괜히 오랜 진리겠는가. 



빛이 내 마음에 한 줄기라도 스며드는 그때를 잘 포착하자. 그 틈을 아주 섬세하고 부드럽게 잘 벌려 빛이 온 사방에 퍼지도록 해야 한다. 감사한 이유를 꼼꼼히 찾아 기록하고, 어지러운 주변을 정리하며, 몸이 흠뻑 젖도록 격렬히 뛰어 보는 것이다. 괜히 입가를 하늘로 바짝 올리며 혼자 미소를 지어 본다. 뇌에게 '나 이제 빛이야!' 하고 신호를 준다. 뇌가 분명히 알아차리도록. 그토록 마음을 단련하며 지내도, 의식하지 못할 사소한 요인들에 의해 혹은 이유를 알 수 없이 아주 쉽게 나약해지는 게 인간이다. 그러다가도 마찬가지로 정말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이를테면 오래간만에 비추는 뜨거운 여름 햇빛, 부서질 듯한 매미 소리, 아침의 개운함, 이유 모르게 되찾는 활력의 기운 같은 것들에 의해 의지를 충전하는 그런 강인함 역시 인간이다. 그러니 '어느 한순간의 나'가 나의 전부는 아니며, 그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다른 이가 보는 나의 부분도 극히 일부이고, 내가 보는 다른 이의 부분도 극히 일부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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