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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PHYSIS Jul 27. 2023

무언가를 결정할 때 생각해 볼 것

아들이 태어났을 때 의사는 아들의 혀밑 뿌리(설소대)가 짧다며 절개를 권유했다. 절개를 안 하면 조금 자라서 영어 발음이 어려워지고 혀 짧은 소리로 고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뭔가 찜찜한 기분은 들어도 그게 이상하다는 지각이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주변에서도 했다는 이야길 하도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두어 번 다른 곳에서도 권유를 받았지만, 그런 이유로 혀 아래 근육을 자른다는 게 끔찍하여 '읭... 읭?' 하다 보니 아들은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다.



그러다 오늘 아들이 e-book 앱으로 녹음을 하는데, 그 권유들이 떠올랐다. 그 권유들의 정체가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아들은 R이든 L이든 자연스럽게 발음한다. 무엇보다 영어를 즐겁게 대하고 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놈의 R, L이 뭐 그리 중요해서 난리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온다.



영어학원은 다닌 지 약 4개월이 지났는데, 거기선 e-book을 자율적으로 볼 수 있도록 앱을 제공한다. 아들은 그 앱의 '읽은 도서' 숫자가 28에서 30이 되고 35가 되며 올라갈 때 무척 뿌듯해한다. 영어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와 관계의 확장을 직접 경험한 행복한 기억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어 나도 매일 스* 앱으로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다. 아들도 '잘하면 좋지' 정도로 생각해 왔지만 스스로 찾아 할 때마다 대견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말로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유행처럼 그런 수술을 권유했던 때가 불과 몇 년 전 일인 게 조금 섬뜩하다. 그 수술의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더 몸서리치게 된다. 이런 일이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가?

  "~할 때 ~ 해야 된대. 요즘 다 한 대."

  "(유명인/권위자/전문가)가 그러더라. 안 하면/하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하나밖에 없는 내 자식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소중한 내 인생을 헛되게 쓰고 싶지 않아서,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쓰기 위해서 우리는 매 순간 좋은 결정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후회하고 싶지 않은, 어떤 확실함을 찾고 싶은 사람의 욕구가 때로는 후회할, 불확실을 키우는 결정을 하게 하기도 하는 건 아닐까. 그 욕구가 잘못일 리는 없다. 그러므로 각종 권위 앞에서도 자유로워져야 할 뿐만 아니라, 더 멀리 보고 길게 보면서 모든 상념과 주장에ㅡ 필요하면 내 생각이라 생각되는 생각마저도ㅡ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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