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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Jul 04. 2022

유목민 생활과 감사

기온이 높은데 습도까지 높은 날씨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시작된 에어컨 고장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토요일에 수리를 할 거라는 안내를 받고 그래도 이번 주는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안심했는데, 냉매 충전으로 해결되지 않는 큰 문제라 수리가 어렵단다.

가장 빠른 수리 가능 날짜가 3주 후.


머리가 아프다.


내일부터는 또 계속 비 소식인데 창문을 열 수도 없는 상황에 창문을 연들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뜨거운 바람이 들어오는 날씨라 답이 없다.


다행히 교감선생님께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교실을 찾아보시고 연락을 주셔서 오늘은 실습실에서 5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6교시엔 거기서 방과 후 수업이 있어 도서관으로 이동해 수업을 했다.


"선생님, 우리는 언제까지 떠돌아다녀야 해요?"

"글쎄. 에어컨 수리가 끝나야 유목민 생활도 끝이 날 텐데, 비가 오면 작업을 못한다고 하니 다음 주는 어렵고 그다음 주면 되지 않을까요?"

"저희 집에 있는 에어컨 가지고 와서 교실에 달고 싶어요."

'선생님도 그러고 싶다.'


내일은 신관 건물에 있는 영어실을 빌려서 수업하기로 했다. 교실과 거리가 멀어 아이들 교과서며 기본 준비물들을 다 챙겨 와야 하고, 교실에서 사용하던 여러 가지 수업자료를 모두 가지고 올 수 없으니 활용하기 힘들 것이다. 학년 연구실과도 너무 멀어서 프린트나 복사기 이용도 어려워 필요한 것을 미리 챙겨두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은 계속 바뀌는 환경에 뭔지 모르게 부산스러워 집중을 잘 못하고 산만했다.


아이들 보내고 에어컨 안 되는 교실에 돌아와 줌 회의에 참여하는데 기운이 쪽 빠지고 지치는 느낌.


당연하게 생각하던 우리 교실.

우리 교실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이렇게 불편하고 힘든 일일 줄이야.


감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당연한 듯 생각했던 환경들이

알고 보면 엄청난 감사의 제목임을 새삼 느낀다.


더울 때 버튼만 누르면 시원해지는 에어컨도

마음껏 공부하고 놀 수 있는 우리 교실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졌던 감사 꺼리었구나.


여러 가지 지치고 힘든 상황이지만

유목민 생활을 통해

안 되는 것에 짜증 내고 불평하기보다

내가 먼저 작고 소중한 것을 되돌아보며

주어진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할 수 있는

그런 시간으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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