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은 쉬는 시간이 되면 보드게임 담당자에게 할리갈리, 젠가, 세트, 로보 77 등을 빌려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 가는 것을 잊고 보드게임을 하다가 수업 시작하고 나면 화장실 다녀와도 되냐고 묻는 아이들이 종종 발생하는 것 외에는 복도에서 뛰거나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서 안전하고, 게임 규칙을 지켜가며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면에서 적극 권장할 만한 쉬는 시간 활동이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보드게임 담당 1인 1역을 맡은 아이가 찾아왔다.
"선생님, 할리갈리 빨간색 카드를 사용한 아이들이 정리를 제대로 안 하고 엉망으로 반납을 했어요."
"우리 반 규칙이 정리를 제대로 안 하면 3회 대여 금지였던 것 같은데, 누가 빌려서 사용한 거야?"
"♡♡이, □□이, ◇◇이었던 것 같은데 같은 종류가 3 세트라 확실히 기억이 안 나요."
"그래. 그러면 수업 전에 한 번 확인해 보자."
수업 시작 전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누가 사용했는지 물었다.
보드게임에 참여한 아이들 모두가 다 자기들은 초록색 카드를 가지고 놀았다고, 정리를 잘해 두었다며 억울해한다.
"모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세요. 우리가 지난 도덕 시간에 배운 <공익>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공익을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반 친구들이 함께 쓰는 공공의 물건을 사용하고 잘 정리해서 반납하는 작은 수고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교실 보드게임을 사용하도록 대여해 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빨간 카드를 사용하고 제대로 정리해서 반납하지 않은 친구가 솔직하게 손을 들면 이번엔 선생님이 용서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네. 고마워요. 손 내려도 좋아요. 솔직하게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우리 모두가 좀 더 주의를 기울이기로 약속하고 마무리 짓는 것으로 할게요. 모두 눈뜨세요."
아이들 모두 '누가 손을 들었지?' 궁금한 표정이다.
궁금하지?
선생님만 아는 비밀이야.
이 맛에 선생님 하는 건지도.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 모두 하교하는 시간.
손을 들었던 아이가 머뭇거리며 교실에 남아 있다.
"선생님한테 할 말 있어?"
"죄송해요. 정리해서 놓으려고 했는데 점심시간이 끝나가서 급하게 놓고 오느라 막 던져놓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