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오늘의 7번째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오래전 어느 토요일 저녁 약속 장소에 나가려고 부랴부랴 지하철 역에 도착한 순간 소방차가 열대 넘게 지나간다. 사이렌 소리가 굉장히 다급하게 느껴졌다.
어느 집에 저렇게 큰 사고가 난 것일까.
그날 처음으로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 걱정이 되어 그 자리에서 진심 어린 기도를 했다.
' 저 가정을 지키시어 무탈하게 하소서...'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를 향해 반쯤 갔을 때 울리는 휴대폰. 지인이 우리 아파트에 큰 화재가 났음을 알려주며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날을 떠올리면 지하철을 다시 타고 집으로 오기까지의 기억은 아무것도 나지 않는다.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던 가족들, 애탔던 내 마음, 전쟁터 같았던 아파트 마당, 그리고... 어둠과 가득 모인 사람들 틈에 얼굴에 검댕이 칠을 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나타난 우리 가족들. 우린 울어야 하는데 웃었다. 그 순진하고 밝은 웃음소리가 눈물만큼이나 강렬하게 모든 마음을 말해줬다.
그 순간 단 하나. 지하철역에서 다급한 소방차의 행렬을 보며 진심을 다했던 나의 기도소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후 여러 가지 피해로 우린 한동안 지독한 고생을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주셨음에 그저 가슴 쓸며 감사하고 또 감사했던 그런 일이 있었다.
그때부터 길거리에 들리는 모든 사이렌 소리에 짧게나마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다. 무심코 지냈을 땐 몰랐던 소리들. 어떤 날은 내 귀에 들리는 것만도 하루에 열 번이 넘는 응급상황들이 발생한다.
내가 기도하는 그 순간은...
누군가들의 지옥 같은 절망이,
혹은 나는 아니라는 이기적 안도와 언제든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혹은 같은 뜻을 바라는 간절함과 기적을 향한 소망들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6월의 밤.
사방으로 열어둔 문을 통해 밤바람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온다.
바람을 맞으며 잠들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 돌아왔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에서 퇴근 후 이렇게 편안한 밤 시간을 맞이 할 수 있다는 건 나로 인해 계획된 당연하고 예측 가능한 일이 절대 아니란 걸 난 안다.
돌보시는 손길과 나에게 허락된 절대적 은총의 결과임을...
그리고 누군가는 갖고 싶어 온 맘 다해 갈망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사이렌을 위해 보호와 회복을 기도하며 미안하게도 난 또 그들로 인해 감사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오늘의 8번째는 더 이상 없길...
부는 바람이 축복인 계절.
두 번의 감사로 한 번의 불평을 희석하며 이 계절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