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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17. 2024

<초보 농사꾼의 하루> 판매

- 귀농 첫해에 겪은 서른 여덟번째 이야기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의 3기 후배들과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2023년 9월초 어느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 고추를 출하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왜 우리가 보낸 꽈리고추만 가격이 낮은 거지요?”

  3기의 선임씨가 인천의 한 경매장에서 일하는 경매사에게 항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전에도 이곳 경매장에서는 3기의 고추 가격이 다른 경매장에 비해서 낮게 정해지곤 했단다. 

  “꽈리고추를 제때 수확하지 않아서 너무 큰 것들이 많아서지요. 그러면 맛이 없어져서 가격이 떨어져요.”

  경매사의 대답이었다. 선임씨나 경매사가 하는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3기가 고추 수확을 제때 하지 못하는 바람에, 꽈리고추가 오이고추 만큼 큰 것들이 많았다. 당연히 높은 경매가격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른 경매장에 비해서 유독 인천의 이곳 경매장은 가격이 낮았다. 선임씨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3기의 에피소드를 몰랐을 때, 나도 이 경매장에 청양고추를 출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곳보다 가격수준이 낮아서 의아했었다. 이 뒤부터 3기 교육생뿐 아니라 나도 이 경매장에 출하를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이나 민간 유통회사를 통해서 전국 각 지역의 경매장으로 보낸다. 농협은 상대적으로 대규모 물량을 취급하는 반면에, 경매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농산물을 직접 수거해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 유통회사는 특정 농산품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매장에 대한 정보를 농부들과 공유하곤 한다. 농부들이 가능하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같이 협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농부가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는 민간 유통회사가 경매가격의 10%이상으로 농협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농산물의 경매 가격이 낮게 형성될 때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농민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얼마되지 않는다. 그래서 농민들은 도시의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직접 판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 활동에 능숙한 젊은 농민들이 주로 활용하는 판매방식이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1, 2차 가공품의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가공을 해서 유통시키기도 한다. 가공판매업 허가를 받는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하기는 하지만. 


  나는 고품질의 농산품을 재배해서 판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재배하기 어렵고 수확량도 작지만 친환경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은 재래농법의 농산물보다 보통 1.5~2배 가까이 높게 형성된다. 더군다나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 농산물은 소비자들의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는 과정은 6년 가까이 걸릴 뿐 아니라, 종자와 육묘, 비료와 농약, 수확 후 관리, 토양 관리까지 모두 까다로운 인증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힘든 인증과정이지만, 내 밭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는 2024년에 바로 친환경 인증 작업을 진행할 생각이다. 2023년 임대한 밭에서도 친환경 방식으로 토마토와 고추 등의 작물을 재배했었다. 나의 농사 기술이 낮은 수준인데다가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를 해서 그런지, 수확량은 떨어졌다. 하지만 보람이 있었다. 

  “내 지인이 네 편지 받고 감동했다고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줬네. 정감있는 편지였어. 고객들에게 일일이 편지 쓰느라 야근한 거 아냐?” 

  토마토 수확이 한참이던 2023년 7월말쯤 대학교 동창 친구에게서 받은 문자였다. 그 친구가 토마토를 여러 박스 주문하였는데, 그것들을 보내주면서 박스안에 편지를 동봉하였다. 내 토마토를 구매해주는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토마토를 재배한 첫 해이기에 그런 마음이 더욱 강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재배한 토마토의 story에 대한 이야기도 적었고, 오랜만에 편지를 통해서 친구나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농사 첫해인 2023년에는 비닐하우스를 한 동만 임대해서 토마토를 재배하였다. 첫해이니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않고 작은 면적에서 재배를 한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임대하기 어려운 환경도 고려가 되었다. 

  백평짜리 비닐하우스 한 동에서 재배되는 토마토는 그다지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한번에 수확되는 토마토가 유통망에 출하될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처음 농사짓는 내가 재배한 토마토를 보고 주문하는 지인들도 많았다. 30여년 회사생활을 하던 사람이 농사짓는다고 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컸을 것이다. 

  7월달에 처음 수확한 토마토를 많은 지인들에게 공짜로 보내주었다. 맛을 보아야 주문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귀농하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보내준 토마토를 받은 지인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토마토가 맛있을 뿐 아니라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하였다는 측면에서 좋아했다. 특히 과거 암을 앓았던 적이 있었던 사람들은 그 후로도 꾸준히 토마토를 주문하였다. 

  농사 첫해이어서 이익을 남기기 보다는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마음이었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보내주었다. 경매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었다. 재래농법으로 재배한 토마토의 경매 가격이었기에, 친환경 방식의 토마토 소비자 가격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었다. 토마토가 맛있기도 하고 가격도 낮았던 탓에, 2023년에 재배한 토마토는 모두 지인 판매로 소진되었다. 첫해 생산한 토마토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것 같아서,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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