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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Nov 17. 2024

러빙 빈센트와 미술품 렌탈

폰지 사기, 미술품 경매시장, 렌탈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 내주는 기사와 함께 시작합니다.


“우아하게도 해먹었네”…미술투자 사기로 900억 등친 일당들 - 매일경제 (mk.co.kr)


일종의 한국형, 예술품 폰지 사기로 여러 사람들에게 미술품 렌탈 사업을 위한 자본을 모집하고,


그에 따른 수익과 배당을 약속만 한 뒤 그대로 날라버린 사기 일당이 검거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이와 비슷한 업체, 2~3년 전 심사했는데요.


사업성도 나쁘지 않고 새롭게 알게 된 신기한 사업 구조로 관심을 가졌으나, 뭔가 께름칙해서 부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사에 나온 업체가 그때 그 업체가 아니기만을 바랄 뿐.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미술품 시장은 하나의 좋은 투자처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18년 만에 560배 커졌다 / 연합뉴스TV (Yonhapnews TV) (youtube.com)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금과 탈세'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투자 상품과는 다르게 돈의 꼬리가 잘 보이지 않는 섹터라 고액 자산가들 위주로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개인들에게 하나의 투자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죠.


하지만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형태처럼 하나의 그림을 완벽하게 소유하기는 힘듭니다.


금액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이죠.


그 와중에 등장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조각투자'입니다.


미술품 조각투자 스타트업, 일반인 대상 '그림대회' 여는 이유 - 머니투데이 (mt.co.kr)


투자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이런 신규 사업은 늘 그렇듯이 '투명성'관리에 허점이 많습니다.


결국 자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위 기사처럼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당시 제가 심사한 업체로 돌아가 봅니다.


해당 업체는 돈을 모아서 홍대를 비롯한 미대가 유명한 대학교 학생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쌓아놓은 자금으로 그들이 만든 습작을 장당 50~200만 원 정도 금액에 매입했죠.


학생들은 자기 작품을 기꺼이 팔았습니다.


아마추어 작가에게 그 정도 금액도 나름 후했던 거죠. 사온 제품은 포장을 그럴듯하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매장에 전시합니다. 멋진 액자에 끼워서.


참. 이들 업체 대부분 강남 청담동 일대 위치해 있습니다.


암튼 이 작품들을 적게는 매입가의 10배, 많게는 100배 이상으로 일반인 대상으로 매각합니다.


그리고 나오는 돈은 투자자에게 다시 배당으로 지급하는 구조.


하지만 생각보다 그림이 팔리지 않았나 봅니다.


투자자들이 배당을 달라고 아우성치자, 사업 구조를 바꾸기 시작하죠.


대형 병원이나 대기업 오피스 사무실에 접근해서 그림 렌탈 사업을 제안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참고로 세브란스 병원가 보면 화장실이나 대기장소에 멋진 그림들이 걸려있는 거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일을 해서 나오는 수수료를 배당금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로 변경한 것이죠.


사실 이러한 사업구조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렌탈하고자 하는 병원이나 관공서에서는 큰 금액을 한 번에 투자하기 어렵고, 그림 관리하기는 더욱 쉽지 않죠.


그 틈새를 이러한 업체들이 잘 파고든 겁니다.


그런데 핵심은 이겁니다.


수익이 나서 배당을 주려면 일단 거래처를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쉽지 않겠죠?


그래서 이들은 하나의 계획을 추가합니다.


그것은 바로 작은 모텔, 혹은 호텔을 투자자를 끼고 매입하는 거.


그리고 거기에 본인들의 그림을 전시해서 나오는 수수료를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것이죠.


저는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첫 번째 든 생각이 '내부 매출' 혹은 '가상 매출'이었습니다.


본업에서 매출이 일어나지 않으니 매출이 일어날 만한 공간을 매입하는, 갑자기 부동산 투자회사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그를 통해서 매출을 일으킨다고 한들, 그게 정말 정성 매출로 인정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그동안 투자받은 금액 대비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이 너무나 적었다는 겁니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작품들이 렌탈중이라는 이야기로 얼버무리긴 했지만, 그러려면 그에 상응하는 매출액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렇지도 않더군요.


그 많은 자금이 어디로 갔을까요? 당시 제가 의심했던 시나리오는 이겁니다.


이들이 경기도에 매입한 '숙박시설 매입자금에 미술품 구매 목적의 투자금이 흘러 들어갔을 거'라는 생각.


물론 심증만 있고 확실한 물증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않아 부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심사역님은 미술을 잘 모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맥주 한 캔 마시며 반고흐 영화 '러빙 빈센트'를 봤습니다. 흥!


사실 미술품 렌탈 사업은 나쁘지 않은 사업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건 심사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본업'에 있다는 것.


그게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새로운 신사업도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더불어 새로운 사업이 잘 되려면 백업의 관리가 투명해야 된다는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 그 업체는 아직 살아 있는지 문득 궁금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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