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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Dec 11. 2024

과거의 정보는 무가치한가?

재무제표의 한계와 가치

재무제표는 과거의 정보이기 때문에 재무분석을 통해 기업에 대한 여신을 결정하는 일은 무가치하다.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영업점에 근무하는 팀장 중 꽤 잘한다'라고 느끼던 전 직장 후배님이 술자리에서 저에게 늘상 하던 말이었습니다.


'심사역들은 과거의 데이터만 가지고 기업을 판단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일종의 영업점 불평불만 난상토론 자리에서 이 말을 하더군요.


'틀린 말은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며 대안으로 '산업분석을 더 잘해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나름 방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얼마 전 바뀌었습니다.

(바뀌었다기 보다는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음)


산업분석을 잘해야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된다는 것.


여기에 대한 이견은 없습니다.


핵심은 '과거의 것은 지나간 것이기 때문에 무가치한 것인가' 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기 때문인데요.


'지나간 과거를 공부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도 마찬가지)


이와 관련 요즘의 저한테 다시금 되물어 봅니다.


"지나간 것은 다 의미가 없는 것일까?"


저의 대답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는 것입니다.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심사와 투자 관련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제가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는 걸 느낍니다.


아재라고 이야기 해도 어쩔수 없습니다. 이게 사실이거든요.


물론 과거와 똑같은 상황이 미래에 반복되는 일이 사실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 경험을 통해 제가 느낀 것들이 현재 일을 하거나,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건 솔직히 부정하기 힘든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나간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역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지나간 과거를 통해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


그것을 통해 다가올 위험에 대응하는것.


도움이 되는 정보가 과거에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몇천년전의 일을 되집어 보고 살펴보는건 아닐까요?


역사 학습의 목적 (naver.com)


생각해보니 중급회계를 공부하면서 만난 재무제표의 질적 특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근본적 질적 특성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보강적 질적특성이 있죠.


[회계원리] 유용한 재무정보의 질적 특성 (목..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그 중 하나가 바로 적시성인데요.


정보가 유용하기 위해서는 시의적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기준서에서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의 정보라고 해서 적시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라고.


그렇죠.


비록 재무제표도 과거 정보이지만, 기업 현황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적시성을 띄는 정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학습한 것을 실제 업무에 반영해 봄)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봅니다.


예전에는 과거 이야기를 주구장창 하는 어른들이 저 역시 싫었습니다.


"IMF 때는 말이지!"


"금융위기때는 말이야"


"서브프라임 때는 정말 대단했어."


당시에는 '되풀이 되는 이 말들을 왜 계속하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짜증도 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파트원들과 이야기 할 때 제가 그러고 있더군요.



"이런 패턴은 과거에도 있었는데 말이지."


"이 회사와 같은 경기 민감업종은 지금보다 미래를 봐야해. 왜냐하면 안좋은 시기 후에는 어김없이 좋은 시기가 뒤따라 왔거든. 사이클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뭐 그렇습니다. 제가 아재가 된 걸수도.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빗대어 미래에 대한 판단을 할 때 무엇보다 상대방이 잘 설득되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과거의 패턴을 잘 읽다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더군요.


저한테는 이게 가장 컸습니다.


다만 증권쪽에서 이야기 하는 추세분석과는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이런 추세를 보였기 때문에 미래에도 이렇게 될 것이다' 라는 추정이나 가정은 저에게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과거의 위기를 예전에는 이렇게 극복하더라. 사전에 관련된 내용을 학습해 놓으면 미래에 새로운 기회에 대비할 수 있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는 뜻.


결국 재무분석을 비롯한 과거의 정보를 대하는 것도,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Attitude에 있는 듯 합니다.


처음에 이 글에 대한 구조를 기획할 때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다,


새로운 통찰을 얻는 글이 될 수 있다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써놓고 보니 당연한 말이 되어 버렸네요.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게 어쩌면 제일 중요한 걸지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순간에도 재무분석 하신다고 숫자와 씨름하고 있는 여러 심사역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당신들이 하는 일이 무가치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알려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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