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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Dec 21. 2024

지방 의대 VS SKY

선택의 순간

오랜만에 병간호 때문에 중환자실에 와 있는 하루입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병원은 참 오기 싫은 곳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병원에 보호자나 환자로 앉아 있는 것도 참 곤혹스러운 일인데,


그에 못지않게 저를 괴롭히는 것이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의사가 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고등학생 때, 머리는 나쁘지만 진득하게 앉아 있는 건 잘했습니다.


덕분에 운좋게 수능도 그럭저럭 봐서 괜찮은 점수를 받게 되었죠.


그렇다고 서울대를 갈 실력은 안되었으니 과대평가 금지!


당시 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총 3개 정도 였습니다.


첫 번째는 목표대로 SKY 인문학부에 지원하는 것.

(합격 가능성 50%)


두 번째는 지방 의대나 치대에 지원하는 것.

(합격 가능성 80%)


세 번째는 수시로 SKY보다 낮은 상경계열에 지원하는 것.

(합격 가능성 100%)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지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모난 성격이었고,


동시에 '이 시골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에 원래 목표인 SKY 대학에 지원을 했습니다.


그 결과 세 가지 옵션에서 모두 낙방하는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죠.


2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걸 보니, 참 한이 맺힌 듯.


저와 다른 선택을 한 친구들은 이제 대학병원 교수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제 선택으로 인한 결과로 참 많이 괴로웠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후회도 조금씩 옅어지더군요.


그렇게 잘 지내고 나름대로 제 길을 그려 나가는데 정말이지 20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끔씩 병원에 불려오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다시금 그때의 잘못된 선택이 주는 타격감이 커집니다.


동시에 지방 의대 들어가기가 서울대 가기보다 힘들다는 입시 소식을 접할 때도 갈비뼈 한 구석이 시린 건 부정할 수가 없네요.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1016/121692149/


'의사가 되면 자신은 힘들고 가족들만 편하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보호자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은 그 이야기가 마음에 그리 다가오지 않는 듯 합니다.


그러고보면 '선택을 잘하는 것'도 타고난 능력인 것 같아요.


P.S. 간만에 날을 세니 비몽사몽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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