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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역이 되는 법

준비과정, 업계 내 처우

by 고니파더 Feb 21. 2025

블로그 이웃분께서 '사례 이야기도 좋지만 심사역이 되는 경로, 업계 처우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라고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현직에 계신 분들에게는 따분한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어떻게 하면 심사역이 될 수 있지?'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취준생분들이나, 

직무 전환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서둘러 써봅니다.

참고로 예전에 취준생분의 요청으로 썼던 글도 있습니다. 아래 글도 참고해서 보시면 좋을 듯.

금융업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질문과 답변 모음.. : 네이버블로그

1. 진입 경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일단 은행의 경우 처음 입사할때부터 심사역 커리어를 달기는 힘듭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영업점 현장에서 7~8년 근무한 이후에 심사부서로 전입했죠.

보통 이 경우에는 내부 추천으로 부서에 전입하게 되는데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어찌보면 제대로 된 심사역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현장을 모르고 심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본사 경험만 있는 심사역, IB부서에만 있던 직원들의 업무 퀄리티가 낮았던 걸로 기억해요. 

보통 은행의 경우 영업점에서 '일 좀 한다'하는 친구들이 심사부서로 불려오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그렇게 소문이 나기 위해서는 역시나 실무를 잘 해야 하겠죠?

영업점 담당자라면 지금 형식적으로 올리는 '심사 의뢰서'도 진심을 다해서 써보세요. (저는 그렇게 썼습니다) 

심사역이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그리고 나서 담당 심사역이 전화왔습니다. '너 한번 와볼래?')

다음으로는 은행 외 보험사나 자산운용사, 증권사, 저축은행의 경우입니다.

이곳에서는 주니어들도 심사부서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때 곧바로 심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기존에 나간 심사건의 사후관리나 서류정리에 불과할 겁니다. 

물론 제 밑에 있던 직원 중 한 명은 정말 특출난 친구라, 2~3달 정도 트레이닝 시키고 나서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기도 했지만 이건 극히 의외입니다.

어쩌면 여러분 선임이 하는 일에 부차적인 자료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겁니다. 

처음에는 신용평가보고서에 있는 글들이 다 내 의견같고 그런 내 자신이 막 멋있고 이럴 겁니다.

하지만 부디 그런 일이 심사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건 그냥 자료 집계일 뿐. 자기 생각이 없는 건 하등의 쓸모가 없어요.

또한 큰 회사의 경우에는 심사가 하나의 절차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심사 관련 의사결정들이 탑 다운으로 내려온다는 말. 

이런 환경하에서는 심사에서 Critical한 의견을 내세울 수가 없습니다. 

그냥 거수기 형태에 불과한 것이죠.

저는 이런 것도 제대로 된 '심사 업무'를 했다 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사역을 한 뒤에 프런트로 보내는 경우가 있는 조직이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모를까 프런트 인원을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 심사라면, 그 과정의 퀄리티는 보나마나 한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2. 제대로 된 심사역이 되는 방법 (준비과정)

일단 준비를 잘해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준비'는 이론적인 것과 실전 경험, 이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이론적인 것으로 첫번째를 꼽는 것은 먼저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겁니다. 

참고로 대학원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가성비가 좋지 않고 허파에 바람만 찹니다. 참고로 저 MBA 학위 있으니 비판할 자격은 된다고 생각해요. ㅎㅎ 

일전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신용분석사 - FRM - 투자자산운용사 - 금융투자분석사' 등의 자격증 중 본인에게 맞는 것 한 두개 정도는 취득해 놓으세요. 

이 중에서 뭐가 더 좋냐고 물어보지 마세요.

다 좋습니다.

또 여신심사역이나 CFA를 뺀 이유는 가성비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격증 없어도 심사역 합니다. 

비용이 비싸니까 지원해주는 회사 들어가서 따도 됩니다. 

제발 CPA 같은 전문 자격증도 아닌데, 막 300~500만원 들여서 자격증 따지 마시길. 

개인적으로 돈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는 중급회계와 세법 강의를 꼭 들으세요. 이건 필수.

혹시나 시간이 된다면 법인세법과 상법 정도는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이 두 가지 정도만 해 놓는다면 이론은 충분한 것 같아요. 

다음으로는 실전 경험! 

말 그대로 일을 통해서 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현업에 계시는 분이라면 '기존에 나간 대출 등이 왜 부실이 났는지', '나라면 이 경우에도 어떻게 대처했을 것 같은지' 생각해 보고 기록하는 습관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거. 잊지 마세요.

또 업체 미팅 나갈 때 반드시 따라나가서 실제 현장에서 어떤 말들이 오고 가는지 용어부터 정리해보세요.

IM 자료도 그냥 흘러서 보지 말고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보시고 기존에 나간 심사의견서도 계속 읽어보시면서 감을 잡으시길 바랍니다. 

가끔보면 IM 자료를 보면서 궁금한 것들을 작성자에게 물어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본인이 부족한 걸 들킬까봐'라고 이야기 합니다.

여러분.

아는 척 하는 것처럼 바보같은 짓이 없어요.

모르는 부분은 과감하게 물어보세요.

그런데 상대방이 친절하지 않고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준다?

그 상대방도 잘 모르는 사람이 100%입니다.

추가로 기존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의미없습니다. 

단 하나의 문단이라도 본인만의 시각으로 바꿔서 쓰는 연습을 해보시길. 결국 심사는 글로 설득해야 합니다.

참고로 학벌 좋고 CFA도 있는 친구들이 심사 시켜보면 막상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실무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말 그대로 심사를 '글로 배운' 케이스이죠.

경계해야 할 점입니다. 

3. 업계 내 처우 

먼저 저는 심사 업무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사람입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업무를 하면서 많이 배웠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전문성도 인정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금융계에 일하면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변호사, CPA, 세무사 등 전문 자격사 등을 제외하고는 심사역만큼 일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람 잘 못 봤습니다.

특히 은행 같은 경우 최근 금융사고 때문에 순환 보직이 의무화 되어 있는데, 그래서인지 은행원들 중에 직무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요.

이들은 'Generalist'라는 멋진 표현을 쓰는데 글쎄요.

'Specialist'가 아닌 'Generalist'는 그냥 잡동사니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직장생활 20년 넘게 했는데 '주특기가 뭐야?'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면, 반성해야 해요.

심사 업무는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또한 최근에 리스크에 대한 중요성도 날로 커지면서 심사역에 대한 수요 역시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추가로 벤처캐피탈이나 자산운용사, 혹은 신기술금융회사 같은 회사들은 심사역이 기반이 되어 설립되는 회사들입니다. 

이런 곳들이 많이 생기면서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심사역'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직도 잘 되는 듯.

저 역시 변변치 않은 학벌이지만 은행, 보험, 증권회사를 옮겨 다닐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아닌 '심사역 직무'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

정리하겠습니다.

심사역은 정말 좋은 직무입니다.

다만 그만큼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자리이죠. 

더불어 책임감도 강해야 하고 업무지식도 경험도 많아야 합니다.

다만 결정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일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업무인 것은 확실합니다.

심사역을 도전하시는 분들, 꿈꾸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마칩니다.  

P.S. 만약 네가 한 시간 동안 행복하길 원한다면 술에 취해 있어라. 만역 네가 한 주 동안 행복하길 원한다면 여행을 떠나라. 만약 네가 한 달 동안 행복하길 원한다면 너의 돼지를 죽여라. 만약 네가 일 년 동안 행복하길 원한다면 결혼을 해라. 만약 네가 평생 동안 행복하길 원한다면 텃밭을 가꿔라! - 별난 기업으로 지역을 살린 아르들렌 사람들, 베아트리스 바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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