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네임밸류는 개인의 능력을 보장해주는가?
와이프와 함께 요즘 재미나게 보고 있는 '나의 완벽한 비서'.
여기에는 헤드헌팅 업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 역시 이들과 여러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왜 큰 회사에서 작은 회사로 오려고 하느냐?" 였죠.
참고로 반대의 질문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상대방의 의도는 이해가 갑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 본인들 회사보다 좋은 네임밸류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 이동하려고 한다면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죠.
'왜 그런 좋은 곳에서 작은 회사인 이런 곳에 오지?'
'무슨 하자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들.
물론 저 역시 외부에 비쳐지는 이름에 현혹되어 (지금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한때 불나방처럼 뛰어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직장을 구할때도 그렇고 심사를 할 때도 그랬죠.
과거 인수금융을 처음 시작할 때도 스폰서가 'MBK, IMM'이면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던 순간들.
혹은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의미만으로 승인을 내리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부끄럽습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했으니 말이죠.
아마 5년차 이내 주니어들은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내가 삼성다니는데'
혹은 본인과 소속되어 있는 조직과 자기 자신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습관들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직장생활 조금 많이 한 아재가 되어보면 느낍니다.
첫번째, '직장은 직장, 나는 나'라는 사실을 말이죠.
두번째는 '직장 네임밸류가 반드시 실력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
마치 학벌이 좋다고 사회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과 동일한 논리.
물론 외부에 나가 명함 줄 때라든가,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이런 네임밸류가 빛이 나긴 하죠.
'와~저 사람 삼성출신이야?'와 같은 이야기들.
그리고 최소한 검증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기본은 한다' 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업무로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리고 흔히 말하는 선수들끼리 말해보면 길어야 10분 이야기 해보면 다 나옵니다.
말 그대로 밑천이 드러난다는 말.

오히려 이때 직장 네임밸류에 맞지 않는 저조한 실력 보유자들은, 그 바닥이 너무나 처절하게 드러납니다.
민망한 순간이죠.
그들에게 보냈던 찬사는 어느덧 "대기업 출신인데 왜 저래?"라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뀌어져 있습니다.
참고로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하면 저의 금융권 첫 시작은 작은 은행이었습니다.
당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패배감에 젖어 있었는데 저 역시 처음에는 이들과 마찬가지였어요.
'우리는 국민은행처럼 될 수 없어'와 같은 생각들.
그런데 다른 은행 직원들과 같이 금융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는 자리에 갔더니 이 패배감이 어느순간 싹 사라지더군요.
왜냐면 그들보다 제 성적이 월등히 좋았기 때문이죠. (후훗. 자랑임)

물론 '성적 하나로 모든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할 수 있겠습니다만, 일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날인가는 채권단 공동으로 심사하는 신디케이트론 실사 자리에 참석을 했습니다.
국내에서 유명한 금융기관 심사역들이 참석했는데 재밌는 것은 가장 많은 질의를 한 사람이 메이저 은행의 심사역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저축은행과 모 캐피탈사의 심사역이 가장 활발하게 질의에 참여하더군요.
옆에서 가만히 그들을 지켜봤는데 단순히 질문만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제대로 분석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 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가마니였어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큰 조직에도 작은 사람이 있고, 작은 조직에도 큰 사람이 있구나!'
물론 큰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베스트입니다.
다만 현재 본인이 작은 조직에 있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글을 써봅니다.
또 큰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거만해지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네요.
결국 남는 것은 실력입니다.
그러니 직장 네임밸류에 기죽지 마세요.
여러분 몫 이상을 해내면 큰 회사에서 자연스레 부를테니까!
이상 작은회사에서 큰회사로 옮긴 아재의 충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