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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금융 규모와 좋은 딜을 판단하는 기준

MBK, 메디트, 한국정보기술, 인수합병

by 고니파더

'매출이 1,000억 밖에 되지 않는 회사이고 딜 규모가 너무 작아서 이 건은 승인받기 어렵지 않을까요?'


IB 부서에서 고군분투중인 후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우는 소리에 전화상담을 요청해서 시간을 겨우 빼서 거의 30분 동안 통화한 듯 하네요.


오늘의 주제는 회사와 인수금융 딜의 규모에 대한 이야기이자,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술에 취해 하소연하는 후배와 상담한 것을 각색해서 쓰는 글입니다.


그럼 시작.


후배는 심사부에 승인을 요청하려고 하는데 대상 기업의 매출이나 인수금융 전체 규모가 작아서 승인받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딜의 구조나 회사의 재무분석에 대해 물어봐도 도통 이야기를 하지 않더군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판단을 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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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밖이라는 듯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길래, 제가 다시 던진 첫번째 질문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네 말대로라면 메디트 인수금융은 규모가 큰데, 그러면 좋은 딜인가? 인수금융 하자마자 EOD 선언한 게?"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4040446r

"아시아나 화물 매각 건은 5,000억이 안되는 매각금액인데, 그러면 규모로 보면 이건 안 좋은 딜이고?"


"..."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40136

사례를 들어 추가 설명해보죠.


외부 강의에서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인수금융 심사 승인했던 건중에 '제일 좋은 딜이 뭐였나요?'라는 것이 바로 그것.


그때마다 저는 주저없이 LB PE가 인수한 '한국정보기술'을 소개합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6CEBVPMZ3

이름만 들어보고 모르시는 분들은 KT 관계사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KT랑 아무 상관없는 기업입니다.


(자세한 기업 소개는 생략. 궁금하신 분들은 다트 전자공시 자료를 참고)


참고로 위에 첨부한 기사에 나와 있지만 이 딜은 지분 100% 인수금액 기준 800억 수준이었고 매출액은 심사하던 당시 1,000억도 안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엄청나게 작은 회사, 작은 규모의 인수금융 딜이었던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딜을 최고라고 여기는 이유는 제가 몰랐던 대상회사의 재무적, 사업적 강점들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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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매도자, 매수자의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와 이에 따른 양호한 거래가격, 그에 따른 양호한 LTV도 플러스 요인이었습니다.


다만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왜냐면 기업규모가 작고 인수금융 사이즈가 별볼일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대상회사를 지속적으로 Follow 하지는 않지만 지표들을 보니 여전히 잘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배당도 아주 적정하게 하고 있고 실적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네요.


(혹시 현재 회사에 대해 저보다 잘 알고 계셔서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


정리하겠습니다.


큰 회사와 매각규모가 큰 딜이 투자나 심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보기 편한 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그만큼 제공되는 정보도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큰 기업, 큰 규모의 인수금융 딜 = 좋은 딜'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정말 아마추어들이 하는 판단입니다.


추가로 하나 더 사례를 들어보죠.


'컬리'는 유명한 기업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좋은 기업인가요? 제 기준에서는 아닙니다.


'리노공업'은 유명한 기업도 아니고 작은 기업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어떤가요? 어마어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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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지만 알려지지 않은, 좋은 기업들, 좋은 인수금융 딜이 우리 주위에는 무궁무진하게 숨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볼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지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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