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룰루 Jun 01. 2023

직장인 대학원생입니다.

돈 내고 의지를 삽니다(1)


"연필을 잡았어. 뭐 배우고 싶은 거 없어요?"


동료들과 재미 삼아 본 신점.

그곳에서 처음 들은 말은,  재물운도, 결혼운도, 직장운도 아닌 학업운이었다.

자격증을 따고,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픈 오랜 꿈이 있었던지라,

아무개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무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더니  갑자기 종을 흔든다.

딸랑딸랑~( 종 흔드는 소리)

"대학원이 먼저세요. 대학원 졸업하고 자격증은 그 이후예요"


나는 그렇게 대학원생이 되었다.

누가 보면 한낱 점쟁이의 말을 듣고 대학원에 진학한 것 같지만,

사실은 점쟁이의 말을 핑계 삼아 오랜 꿈을 이루는 중인 거다.


70대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다.

누구보다 열정과 열의가 넘쳐,  전부 소화해내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다.

60대 신입생이 들어왔다.

가장 반갑게 인사를 건오는 분이다.

대학원을 다니다 보니,

사회 각계각층에서 열정을 쏟아내는 다양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의 열정에  어제의 나를 돌아보고, 내일의 나에게 힘을 싣는다.

이 것만으로도 꽤나 값진 경험이 아니겠는가?


과제에 허덕이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을 사서 할까?'동기들끼리 푸념하는 사이,

3학기 종강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어라? 이제, 논문만 쓰면 졸업이잖아?(더 고생할 예정^^;;)


나는 공부를 싫어한다.

일 벌이기 선수 일 뿐, 꽤나 게으르고 집중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는,

내 숨이 다할 때까지 배움에 게으르지 않은 사람이  싶다는 바람과,

안주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함.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강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할! 의지박약 인간이기에

돈을 내고 의지를 산다.

어쩌면, 나태함을 무찌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스스로 구축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대학원 동기의 말에서 답을 찾았다.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안겨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라이센스가 없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