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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룰루 Jun 21. 2023

내게 우산이 되어주던,

자랑스러운 선배들이 있어요.

한 때,

우리 팀장님의 최애 직원이 되고 싶어서,

우리 전무님의 최애 직원이 되고 싶어서,

정말 발버둥 친 적이 있다.


잘했어. 칭찬 감히 상상도 못 하고,

수고했어. 한마디에 천하를 얻은 것 같았던 날들.

제발 칭찬 한 번 해주면 안되겠냐고 물었더니,

시큰둥하게 답한다.

"이번 인사평가 결과, 아직 봤어?"


나는 왜 그들의 최애 직원이 되고 싶었던 걸까?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존경. 그리고, 닮고 싶은 선배.


그들은,

나를 여자라고 차별하지 않았고,

내가 여자라서 대우해 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과할 만큼 많은 양의 업무를 주면서도,

내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할 수 있는 일도 지레 겁먹고 포기하려고 할 때면,

끝없는 질타가 있어졌다.





어느 날,

몇 날 며칠 밤새워 일하고 있는 내게

팀장장님은 “일, 이렇게 밖에 못해?” 고함을 질렀다.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서러움이 폭발했던 나는,

“저 팀장님이랑 진짜 일 못하겠어요!” 대들었다.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고생하는 후배에게 격려는 못해 줄 망정 야단을 친다고?

정말이지,

너무 밉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잘난 선배의 후배인게 자랑스러워서,

내가 좋은 후배가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알기는 하는거야?


그런데, 항상 다그치고 혼내기만 했던 팀장님이,

눈물 콧물로 범벅된 내 손에 악수를 청해 왔다.

"자, 악수 한 번 하고, 다시 잘해보자"

"네? 지금 제 손에 콧물도 잔뜩 묻었는데요?"

"괜찮아, 손이야 씻으면 되지."

내가 눈물을 흘릴 때면,

가서 눈물 닦고 오라고 면박을 주시던 분이

코 묻은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3년 전,

우산이었던 선배들이 회사를 떠났다.

팀장님은 이사로, 전무님은 대표이사로.

왜 나는 안 데려가지? 생각했지만,

그들은 내가,

조금이라도 더 넓은 세상에서

스스로 노 젓는 법을 익히길 바랬던 것 같다.



오늘,

나는 다가올 폭풍 앞에서

나의 옛 선배들을 떠올렸다.

시간이 지나니,

나를 억눌렀던 고통과 내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은 사라지고,

거짓말처럼 리움만 남았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날마다 울고 또 울었는데

왜 좋았던 기억만 남게되는 걸까.

이상한 일이다.



오늘,

나의 팀장님께,

두서없는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이사님,

저는 늘 좋은 후배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의 우산이 되어주던 이사님과 대표님께,

제가 우산을 들어주진 못하더라도

홀로 빗길을 걷지 않게,

나도 함께 걸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선배들이 걷는 길에,

'그래도 룰루같은 후배가 있어서 참 든든하다.' 고 여기길 바랬던 것 같아요.

진심으로.


가끔은,

그 우산이 너무 버거워서

그냥 빗 속으로 뛰어들고 싶을 때도 있었거든요?

뭐가 그리 서운하고,

뭐가 그리 섭섭했는지,

눈물콧물을 쏟아낸 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눈물콧물로 범벅된 제 손을 잡아 주신 것도

이사님이었네요?


어젯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눈물콧물 범벅으로 더러워진 내 손을 잡아줄 선배는 다시 못 만날 것 같다. 생각하고 나니

아침이 밝으면, 이사님께 연락드려야지! 생각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전화벨이 울린다.

"별일 없지?"  물으시더니

요즘 본인은 어떻게 지내는지,

본인의 꿈이 무엇인지 한참을 이야기하신다.

이 분은, 나이를 먹어도 꿈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부풀고 있었다.


"제가 보낸 메시지 받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물었더니,

"왜? 꼭 답을 해야 해?"

;;;;;;;;;;;;;;;;;;;;;;;;;;;;;;;;;;;;;;;;;;;;;;;;;

이렇게 감동스러운 메세지를 받고도,

따뜻한 말 한마디 못 건네는 우리 팀장님:)

(난 진짜 뭘 바란거냐 ㅋㅋㅋㅋㅋㅋ)



나의 선배들.

덕분에 든든했어요.

덕분에 겁나지 않았어요.

훗날, 우리가 다시 함께 일하게 된다면,

오늘의 이  마음을 고이 간직했다가

맑고 찬란한 길도,

폭풍우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함께 걷는" 후배가, 동료가, 친구가, 되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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