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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kyou Apr 24. 2022

퇴사가 퇴사를 부릅니다 (feat. 줄퇴사)

박 팀장의 찐 리던 되는 법

암암리에 조직 개편을 단행한 지 어느덧 1 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참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초보 리더 입문기​). 직장인은 가슴속에 사표를 품고 산다고 했던가. 그 사이 한 달에 한번 꼴로 옆팀에서 퇴사 소식이 들려왔다. 퇴사는 마치 코로나처럼 퍼져나갔다.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결국 부서 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퇴사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옆팀의 팀장까지..!). 말로만 듣던 줄퇴사다. 직장인이라면 퇴사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싶었다.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퇴사자가 나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매우 잘못됐음을 의미했다.


그들은 매일 같이 악몽을 꿨던 것일까. 하루에 절반 남짓 보내는 삶의 터전이 어쩌면 지옥 같았을지도 모른다. 미래가 도저히 그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도망가고 싶고 숨 막히는 마음에 한치의 고민도 없이 회사를 떠나 버린 것이 아닐까. 한 팀의 팀장으로서 더 이상의 퇴사는 없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절박한 심정이 들었다. 무엇이 그들의 가슴을 이토록 시퍼렇게 만든 것인지 알기 위해 팀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원팀을 위한 열쇠, 대화​). 이런 시간 덕분이었을까. 안갯속에서 차츰 원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리더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 그리고 부족한 리더십! 이것이 쌓이고 쌓여 비극을 만든 것이다. 다음을 보자.


리더의 그릇된 판단과 결정

잘못된 조직 구성 - 경영진 간의 정치적인 셈법으로 나눠먹기 식으로 조직을 구성한다. 경영진이 실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조직을 만든다. 직원 개인의 의사를 무시한 채 원치 않는 팀에 배치한다 (다 나가란 소리?).

고집 불통식 경영 - 실상을 외면한 채 혼자 판단하고 결정 내린다. 나는 무조건 정답이다 라는 마음으로 눈 가리고 귀 막고 막무가내식 프로젝트를 밀어붙인다 (실무자들만 늪에 빠진다).

현실감 제로형 경영 - 실현 가능성이 1도 없는 상황에서 일만 벌인다. 좋아 보이는 프로젝트는 이것저것 다한다 (생각을 조금만 해보면 좋을 텐데..).

리더십 문제

권위적인 리더 - 내 말이 무조건 옳고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티켓 따윈 없다. 폭언 및 가스 라이팅 등이 일상적이다 (사회 뉴스 일면에 실릴 것이다).

무능력한 리더 - 팀원들에 대한 코칭 능력이 부재하다. 커뮤니케이션을 못한다. 실무 및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 대체 야근은 왜 계속하는 것인지.. (어떻게 저 자리에 있는 걸까).

공감 능력 부재한 리더 - 배려심이 없고 상대방을 이해 못 한다. 실무자들이 아무리 건의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도 않는다 (조치를 취해줄 생각 없으면 차라리 묻지를 말던지).

프로 아부쟁이 - 상사가 어떤 이상한 지시를 해도 따른다. 상사가 곧 신이다. 팀원들을 짓밟고 돋보이려고 한다 (어서 도망치세요..!).

대표적인 예시만 나열했는데 어떤가? 잘못된 리더 한 사람은 조직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내 상사가 이렇다면 숨이 턱 하고 막힐 것이다. 조직원들은 희망을 잃을 것이고 괴로운 일상을 겪게 될 것이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바뀔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그들의 머리를 마비시킬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했던가. 이런 리더들이 줄퇴사라는 선물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직장인들에겐 퇴사는 오너가 아닌 이상 필연이다. 그러나 그 퇴사가 리더로 인해, 그게 바로 나 때문이라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동고동락하는 팀원들의 고생을 잊지 말자. 주어진 수많은 일들을 함께 헤쳐 나가기 조차 버거운 곳이 회사다. 일에 지쳐가는 팀원들에게 채찍질 보단 다음과 같은 글 한편 읽어 주는 진짜 리더가 되어 보면 어떨까.

살아야 할 이유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수용소에서 사람의 정신력을 회복시키려면 그에게 먼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 주는 데 성공해야 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이 말은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와 정신 위생학적 치료를 하려는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말이다. 수감자를 치료할 기회가 있을 때  그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을 어떻게든 견길 수 있는 힘을 주려면 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 즉 목표를 얘기해 주어야 한다. 슬프도다! 자기 삶이 더 이상의 느낌이 없는 사람, 이루어야 할 아무런 목적도, 목표도 그리고 의미도 없는 사람이여! 그런 사람은 곧 파멸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팀원들도 꿈을 꾼다. 편안하게 돈 벌고 싶고 성공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깊어져 고민 끝에 면담을 신청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나에게 미안해야 하며 사직서를 내미는 날이 올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법. 떠나는 사람에겐 박수를, 남는 사람에겐 건승을 기원하는 이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리더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팀원들에게 꿈을 좇는 퇴사를 선물해 주자. 언젠가 맞이할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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