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두 줄... 오마이갓
코로나 키트를 손에 들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인생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공포의 빨간 두 줄...
나는 가족에게 확진당한 밀접접촉자이다. 하루종일 학교에 있고 늦게 집에 돌아와서 몰랐는데, 엄마 말로는 아빠가 평일 내내 기침을 하며 콜록댔다고 한다. 요즘 시국에 기침을 하고 몸이 안 좋으면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이 상식인데 아빠는 기합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고집을 부렸다. 사건은 주말에 벌어졌다.
토요일이었다.
아빠가 아침부터 거세게 기침을 했다. 나는 평일 동안 아빠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기침하는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문자로 "코로나가 의심되는데 검사를 받는 게 어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답장이 왔는데 "그냥 감기니 신경쓰지 마라"였다. 미심쩍었으나 본인 상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거라 생각했다. 나는 과제나 다른 일로 방에 계속 있었기 때문에 아빠를 신경쓰지 못했다. 아빠는 토요일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기침을 하며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 확진자 60만 명 시대에 본인은 철썩같이 감기라고 믿은 채, 배려없이 기침을 흩뿌리고 다닌 아빠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최소한의 매너 없이, 정말로, 집을 침으로 범벅할 것처럼 기침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절대 자신은 코로나가 아닐 거라고 말하는 아빠를 억지로 병원에 끌고갈 노릇도 아니었기에 냅둘 수 밖에 없었다. 평일 동안 아빠를 지켜본 엄마도 감기나 독감일 것이라 말했기 때문에 (엄마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일요일.
아빠의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방에 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새파랗게 질린 방에서 누운 채 기침을 해댔다. 지금이라도 병원을 가보지 않겠냐고 권했는데, 아빠는 코로나가 아니라 감기라며 고집을 부렸다. 코로나가 아니란 근거가 궁금했지만 (앞의 글을 봤다면 알 수 있듯) 아빠는 도박중독자이며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화하는 것이 지쳤기 때문에 고집대로 해라- 식으로 내버려뒀다.
참고로 나는 학교에서 근로를 한다. 월요일에 출근이었기 때문에, 몸와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한 샤워를 했다.
다음날, 아빠는 회사에서 일찍 나와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집으로 와서 양성이 나왔다고 가뿐하게 말을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더 어이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어차피 이 집은 코로나가 걸렸다는 듯 마스크를 벗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는 해맑은 표정을 보자 저절로 두개골이 아파졌다.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모습에 마스크를 다시 쓰라고 말하고, 격리를 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아빠는 어물쩍 격리를 시작했지만 코로나를 그닥 조심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옮기면 옮는거지, 조심한다고 방역이 가능하냐 식의 태도였다. 아빠는 답답하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벗은 채 방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상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행태에 화가 난 나는 엄마가 아직 코로나가 확진되지 않았으니 조심하라고 크게 말했다. 그제야 문을 닫고 환기를 슬쩍 했다...
월요일부터 내 상태도 안 좋아졌다. 머리가 어지럽고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서 근로하는 곳에 동거인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연락하고 하루 상태를 지켜봤다. 나는 직감적으로 내가 양성이라는 걸 확신했다. 전혀 증상이 없는 엄마라도 살리기 위해 문을 온통 다 열어놓고 환기를 하며 주의를 기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상식적인 행동인 것 같은데, 아빠는 뭘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일주일 내내 기침과 가래에 시달렸으면서 검사 받을 생각을 안 하지...?
아무튼 나는 아빠의 배려 없는 행동으로 코로나에 걸렸다. 지금 무척 몸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운데, 아무리 전염병에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고 해도 아빠가 조금만 더 행동을 조심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만약 본인의 증상이 의심스럽다면 주저말고 검사 받자. 코로나는 감기처럼 가볍게 앓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격리하여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엄마가 확진되지 않은 이유는 방과 화장실을 따로 쓰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집에서 아빠와 엄마는 전혀 마주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방역이 된 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