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
뭐든 부딪혀야 안다.
나는 그렇다.
암만 누가 얘기해주고 설명해주고 하여 들여보고 공부해본다 한들 나는 내가 부딪히고 직접 해보기 전까지 모른다. 상상만으로는 충족되지 않고, 내게 후회없는 결정을 내릴만큼의 근거를 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고민과 궁금증을 '실행'으로서 해결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걸어온 길은 꽤나 통일성이 없어 보인다. 항상 뭔가를 하고 부지런히 살아왔는데, 그 와중 통일성이 있는가? 를 질문하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만약 면접관이 나에게 '음.. 좀 이랬다 저랬다가 심하셨네요.'라고 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맞거든.
끈기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일단 해본다'라는 강점이 있는 사람이다.
일단 부딪혀보고 몸으로 체득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도 미련도 없이 무언가를 떨쳐낼 수도 있고, 그 힘으로 다시 다른 것을 시도하고 도전해볼 수 있다. 그리고 몸으로 체득했기에 그 기억과 습관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것저것 도전하고 깨달아오며 이제야 내 진로, 커리어에 희미한 윤곽을 그려가는 중이다.
'나'를 찾아가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한 가지 적성을 일찍 찾아 어렸을 때부터 파고들어 어린 나이에 직업적 안정과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많이 부러웠다. 사실, 그 사람이 친언니 었기 때문에 스스로 자꾸 비교하게 되고, 부러움도 많이 느끼고 샘도 많이 났었다.
눈에 띄게,
현저하게 또래보다 우수한,
매우 뛰어난,
특출 난,
이런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진로를 유년시절부터 확고하게 정립할 수 없다.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가능했다면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며,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도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후천적인 노력이 필수적이었을 것이고, 그들의 그러한 노력과 끈기를 '행운'이라는 말로 과소평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하지만 뚜렷한 적성과 흥미를 빠르게 찾는다는 것은, 그리고 그것으로 전문성을 갖춘다는 것은 참 고귀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러지 못했다고 우울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속도가 존재하고,
각각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모든 꽃이 똑같은 생김새를 가지지 않았다. 같은 종류라 할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유의 특징과 개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개화하는 시기가 모두 다르다. 같은 날에 심은 꽃이라도, 꽃이 피는 시점은 제각각이다. 늦게 핀다 한들, 그 꽃이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다.
나는 민들레 홀씨 같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내 터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그 바람들이 모여 길을 만들었고, 날 어느 한 땅에 닿게 해 주었다.
그 땅이 바로 '기획'이라는 분야였고, 이제 막 땅에 닿아 아주 얄팍한 흙 이불을 덮은 상태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정답인지, 맞는 일인지는 모른다.
그 누구도 모르지 않을까 싶다.
기획에는 정답이 없다.
그리고 커리어 패스라는 것도 정답이 없다.
그때그때의 나의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으로 일궈지는 것뿐이다.
기획이라는 분야는 나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용되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며, 자유로우면서도 모호하다.
불분명한 경계에 답답하고 확신이 서지 않아 힘들 때도 있지만 그 안의 자유로움, 그리고 창조적인 면이 참 매력적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참 신기하고 대단하면서 몹시 어렵다.
기획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억지로라도 해보자면,
'기존에 있던 개념을 새롭게, 혹은 새로운 개념을 쉽게,
한정된 분량으로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하고 쉽게 이해시키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주의 : 이 정의는 언제든 쉽게 변경될 수 있습니다 ^^*)
따라서 기획은 그 어느 분야에도 변화무쌍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모든 분야에 필요한 일이다.
모든 일의 뿌리가 되는 일이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맡는다는 게 책임감이 크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성취감도 큰 것 같다.
나의 업무는 콘텐츠 기획과 광고 집행, 마케팅 대행이 주 업무인데,
앞으로 내가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브랜드 디자인, 브랜드 기획, 브랜딩' 업무다.
왜 그것부터 시작하지 않았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전공과 살아온 길을 가지고 이 분야에 지금 당장 뛰어들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기회가 없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일단 비슷한 업에 뛰어들고 봤다.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회사 들 중에 '직장' 보다는 '직업'을 보고 선택했다.
중견기업급 회사와 정말 작은 스타트업 중에 '업무'에 더 초점을 맞추어 회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야 '기획'이라는 분야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고 있고,
차츰 내 미래를 어떻게 기획하고 도전해봐야 할지 머릿속으로 아주 옅은 밑그림 정도 그리고 있는 단계이다.
나는 한 기업과 브랜드가 생겨나는 과정에, 시작점에서부터 침투하여
최근 내가 얄팍한 흙 이불을 덮었듯이,
브랜드와 회사에도 좋은 땅을 찾아주고, 흙 이불을 덮어주는,
그리고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정돈해주고, 자립을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또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나 역시 지금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매일매일 스스로를 의심하고 불안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찍어온 점들과 앞으로 찍어나갈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선이 직선이 아니라 삐뚤빼뚤한 선일 지언정 그것이 나를 나타내는 가장 솔직하고 진실된 선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세상에 정답은 없고, 선택만 있을 뿐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대로.
남들과 같아질 필요도, 그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요즘 들어 이걸 자꾸 잊게 되고 불안에 휩싸이는 것 같아 스스로를 위해서도 글을 쓰고 있다.
나 스스로 만족하고, 당당하면 됐다.
자꾸 기죽지 말고, 내 안에서 의미를 찾고 꾸준하게 성실히 살자.
다만, 게으름으로 비롯된 불안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무기력은 무능력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나 스스로를 나타내고 보여줄 수 있는 비장의 무기는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고 내 장점을 극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
단점에 얽매이지 말고 장점에 얽매이자.
내 장점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보여줄 것인지, 내 장점은 무엇인지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단점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부분에 꽂혀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 스스로에게도 건네는 말이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면, 일단 하고 보자. 일단.
그러면 그 과정에서 충분히 많은 깨달음과 결과들이 나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보다 그 과정이 훨씬 값지고 가치 있는 시간이니 아까워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투자하자.
그래서 나는 나의 이야기들의 제목을 '일단, OO'라고 짓기로 했다.
일단, 시작하자.
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