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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Feb 11. 2024

자전거를 따라가는 대만의 근현대사

<도둑맞은 자전거>(2023, 비채)를 읽고

대만. 펑리수, 누가 크래커, 우육면 등의 미식과 101타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상시키는 지우펀, 등 날리기로 유명한 스펀 등의 관광지로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다. 하지만 대만의 인구 구성, 역사 등은 관광지에 비해 생소하다. <도둑맞은 자전거>(비채, 2023)는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자전거를 통해 대만의 관광 요소 너머 근현대사를 보여준다.

 주인공 '청'이 아버지의 자전거를 찾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1895~1945년 일치 시기의 아픔을 간직한 다양한 군상들이다. '청'은 아버지의 자전거를 다시 찾게 되기까지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사람들은 각기 다른 환경과 처지에서 일치 시기 대만을 살아낸 모습들을 대표한다.

 '청'의 아버지는 국민당의 대만 이주 전부터 대만에서 나고 자란 본성인이다. 다른 대만인들과 다를 바 없이 일치 시기에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되었고, 귀환해서는 묵묵히 일만 하며 가족을 뒷바라지했다. 아버지는 평생의 생계를 책임졌던 '중화상창'이 철거되자 자전거와 함께 사라졌다.

 '청'이 자전거를 돌려받기 위해 처음 만난 압바스는 대만 원주민인 아버지(바쑤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쑤야는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동남아를 점령하기 위해 편성했던 은륜 부대와 코끼리 부대에서 복무했다. 바쑤야의 이야기는 동남아에서 벌어졌던 일본군의 전투 모습과 전쟁 후 일본군에 있었던 대만 원주민의 삶이 어땠는지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만난 사비나는 나비 그림을 만들어 팔던 어머니에 대해 설명한다. 일본과 유럽 사람들의 허세를 충당하기 위해 죽어간 수많은 나비들과, 보수적인 촌락에서 홀로 나와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어린 여성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스즈코는 같은 대만인에게 죽임당한 아버지, 전쟁의 상흔을 끝내 떨치지 못했던 무 분대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무 위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긴 무 분대장의 사연을 들으며 '청'은 비로소 큰 역사의 흐름 안에서 아버지의 자취를 발견하고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스즈코는 자전거를 '청'에게 넘겨주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생각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자신에게 남은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옮겨 주게 돼요. 청 선생의 아버님이 결국 어떤 선택을 내렸든 그건 그 상처가 자신에게서 끝나길 원했기 때문일 거예요. (425쪽)"

 '청'의 아버지는 점점 희미해져가는 기억, 아직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흔 등으로 남은 가족들에게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사라지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대만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오랜 시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교통수단이자 생계수단이었다. 사람들의 삶 그 자체기도 했다. '청' 아버지의 자전거에는 '청'과 아버지의 추억, 바쑤야의 은륜 부대, 사비나의 어머니, 무 분대장의 전쟁에서 받은 상처가 담겨 있다. 대만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사람들이 담겨 있다. 이 자전거를 통해 우리는 독자들은  대만의 역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요즘은 이런 오래된 철마(자전거)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이것들이 곧 거리의 야사이며, 지금 내가 거두지 않으면 이내 다 사라져버릴 것이고, 그것은 곧 그 시대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샤오샤는 말했다.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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