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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Apr 20. 2024

Sama sama-You're welcome말레이시아

할 수 있다, 엄마와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


"말레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조금씩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 오면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등의 기본적인 말레이시아어도 모르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참 속상합니다. 이 두 마디만으로도 말레이시아 여행이 더 풍부해지는데 말이죠."


 쿠알라룸푸르에서 현지 투어를 이용했을 때 가이드가 한 말이다.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뜨끔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갈 때에는 꼭 그 나라말로 간단한 인사 정도는 외웠는데, 말레이시아 여행 때는 정말로 인사말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초등학교 때 단체 여행으로 갔던 조호르바루(싱가포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도시)에서 가이드가 했던 "아파 까바(Apa Khabar, 안녕하세요)" 정도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이드는 그 후에 말레이시아어로 '안녕하세요'와 '고맙습니다'를 가르쳐 줬고 이 두 마디 덕분에 내 말레이시아 여행은 더 기분 좋은 일들로 가득했다. 


 여러 문화가 융합된 페낭의 독특한 분위기, 아직도 인생 음식이라고 추켜세우는 프라운 미(새우 국수), 차퀘이토(볶음국수) 등 내 입맛에 딱이었던 음식, 반딧불이, 블루 티어스 등의 신기한 경험 등 말레이시아 여행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중에서도 친절한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차퀘이토(좌), 프라운 미(우)
믈라카 성당(좌), 페낭의 벽화(우)

 페낭에서 콘 월리스 요새에 가는 길이었다. 페낭의 사진 명소 중 한 곳인 빅토리아 시계탑에서 엄마와 사진을 찍으려고 셀카봉을 세워놓고 있었다. 주변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무리의 말레이시아 소녀들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셀카봉으로는 시계탑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아쉬웠던 참에 반가운 이야기였다. 사진을 찍어주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소녀들은 사진을 찍고 나서도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고 쭈뼛거렸다. 그러더니 한 소녀가 작은 목소리로 "안녀하세요"라고 인사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답을 했다. 그 순간 소녀들이 모두 "꺄아"소리를 질렀다. K팝 스타의 인사를 받은 반응이었다. 소녀들은 본인들이 아는 간단한 한국어는 다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그 한국어에 맞추어 답을 해줬다. 소녀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소녀들과 함께 있던 그 짧은 시간 동안 유명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콘 월리스 요새

 페낭에서 쿠알라룸푸르로 넘어온 후 가이드에게서 '고맙습니다'를 뜻하는 '뜨리마 까시(Terima Kasih)'를 배웠다. 배운 바로 그다음 날부터 이 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비싸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저렴한 목캔디를 사기 위해 숙소 근처 드러그 스토어에 들렀다. 아무리 살펴봐도 내가 사고 싶은 제품이 보이지 않아 직원에게 물어봤다. 직원이 제품이 있는 곳을 알려줬고, 여기에 '뜨리마 까시'라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물건들을 계산할 때였다. 직원이 우리가 산 물건들을 보더니 여러 할인 정보들을 세세하게 설명해 줬고, 덕분에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혜택을 받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감사합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직원의 얼굴은 그날 하루 내내 우리의 여행을 즐겁게 했다.  


 여행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할 때였다. 캐리어가 허용 무게를 초과했다. 당황하면서 허둥지둥 가방을 여니, 직원이 한국어로 '천천히'라고 이야기하며 우리가 가방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가방의 무게를 겨우 맞추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두니 직원이 양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제 문제없어"라고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한국어가 반갑기도 하고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웃으며 "뜨리마 까시"라고 이야기하자 직원은 눈을 크게 뜨더니 "사마 사마(Sama sama, 천만에요)"라고 한 뒤, "감사합니다"라며 한국어로 답인사를 해줬다. 


 '아파 까바'와 '뜨리마 까시'는 우리에게 더 많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친절함을 가져다주었다. 아침에 우리의 얼굴을 기억하고 도와주던 호텔 직원, 길거리에서 길을 물었을 때 직접 데려다주던 행인, 가게 주인 등등. 엄마는 여행 내내 "사람들이 진짜 친절하지?"라고 이야기를 했다. 


 명동, 인사동 등 관광 명소에서 길을 다니다 보면 외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자주 만난다. 가끔 길을 묻는 여행객들도 있다.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들만 가지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되도록 친절하게 대답해 주려고 노력한다. 정말 가아끔 "안녀하쎄요~"라고 인사를 한 후 길을 묻는 여행객들을 만날 때가 있다. 어눌한 인사지만 듣는 순간 '아, 이 사람은 우리나라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인사를 그 나라말로 건넨다는 건,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겠지만 말레이시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앞서 말한 간단한 인사 두 마디는 기억을 하고 가라고 말이다. 이 두 마디를 건네는 순간, 환하게 웃으며 "Sama sama"라고 말해주는 친절한 말레이시아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페낭의 수상 마을인 '츄 제티'에서 볼 수 있던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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