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목나무와 매미 Jun 07. 2024

나쁜 책 옆에 나쁜 책

<나쁜 책 : 금서기행>(글항아리, 2024)를 읽고


 독서 모임에서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나눴다. 아이리스 장의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에 빠져있던 나는 열정적으로 그 책을 소개했다. 책의 제목을 듣고 누군가 <나쁜 책 : 금서 기행>(글항아리, 2024)을 언급했다. 그 책에 실린 첫 번째 작품이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였기 때문이다. 


 <나쁜 책>은 현대에 일부 사회에서 금서로 지정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내용과 책에 숨겨진 의미, 왜 금서로 지정됐는지 등을 작가, 시대적 배경과 함께 흥미롭게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도서관 보존서고에 갇혀 있던 좋은 책들을 만나게 된다.(실제로 우리 지역 도서관에 검색해 봤더니 다수가 보존서고에 있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금서가 아니지만 그 가치를 드러내지 못했던 책들을 보물찾기 하듯이 발견하게 된다. 이미 고전이 된 조지 오웰의 <1984>,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화로 유명해진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조자>부터 우리나라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타슬리마 나스린의 <라자>, 도리트 라비니안의 <모든 강물>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걸작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책 한 권 한 권 모두 흥미로웠지만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은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과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이다. 두 책 모두 독서가 엄격히 금지된 시대를 다루고 있다. 점점 종이책을 멀리하는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책들이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금서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세상이 온통 뿌연 때에 뜻밖의 색조를 띠며 세상의 불온함을 고발하는 초월적 문장의 합 

15쪽

이라는 것이다.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금서들은 존재한다. 중국, 북한 등의 사회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국 등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에도 말이다. 2023년에는 서울시 의회의 한 의원이 성소수자에 대한 책들을 금서로 지정하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LGBTQ 관련 도서를 두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이 책이 지금 금서로 이름이 오르는 이유는 저자가 밝혔듯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의 가장 진솔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사회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책에 소개된 <작은 것들의 신>을 쓴 아룬다티 로이는 이렇게 말했다. "픽션은 진실이며, 픽션은 더 깊은 진실이기도 하다." 금서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흐린 눈을 한 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진실들을 끄집어 내 보여주고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게 하는 것.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라는 금서를 통해 이 책을 만났듯이 저자도 한 금서를 통해 다른 금서를 만났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금서들을 만나길 희망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5502.htm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