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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Nov 24. 2024

모성이란 뭘까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바람북스, 2024)를 읽고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이네스를 만날 수 있게 너도 와.'

113쪽

 출산을 "인간 족쇄"라고 부르며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던 '나'와 친구 알리나는 몇 년 동안 아이를 갖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중 알리나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고, 지난한 난임시술 끝에 마침내 임신을 했다. 멕시코의 페미니스트 시인 '이네즈'가 태어날 아이의 이름이었다. 기쁨도 잠시, 알리나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을 것이라는 비보를 듣는다. 이네즈가 태어나는 날, 알리나는 '나'에게 연락한다. 하지만 출산 뒤 몇 시간을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들의 예상과 다르게 이네즈는 살아남는다.


멕시코의 작가 과달루페 네텔은 "성모 마리아로 대변되는 '신성한 모성'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싶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이네스와 같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며 여전히 사회적 터부로 여겨지는 고립되는 상황을 바꾸려는 의지 때문"(296쪽, 옮긴이의 말)에 이 소설을 썼다.


마치즈모(민족주의와 결합된 강력한 이성애 주의적 남성성을 강조하는 행동 규범(220쪽)) 나라의 여성들

 책에는 처한 상황도, 환경도 다른 여러 여성이 등장한다. 비혼, 비출산의 길을 걷는 '나', 비출산에 동의하다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는 '알리나', 신체적인 문제로 아이를 낳지 못해 다른 아이들을 돌보며 그 결핍을 채우는 '마를레네', 폭력적인 아이를 키우며 지쳐가는 '도리스'. 마지막으로 처음에는 왜 애를 낳지 않냐며 딸을 비난하다가 딸의 선택을 점차 이해하게 되는 '나'의 어머니까지.


 성격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을 묶어준 것은 아이였다. 피가 섞이든 섞이지 않았든 말이다. 아이에게 무관심하던 '나'는 옆집의 말썽꾸러기 니콜라스에게 연민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돌본다. 동시에 엄마인 도리스가 남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식을 족쇄로 여기던 알리나는 자신의 상상과 다르게 태어난 이네스로 인해 방황한다. 보모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것처럼 느끼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빠져든다. 이런 알리나를 편안하게 해준 건 보모 마를레네였다. 마를레네 역시 이네스를 헌신적으로 돌보면서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알리나는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


 니콜라스와 이네스. 이 둘을 돌보기 위해 주변의 여성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한다.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아들에게 남긴 채 죽어버린 니콜라스의 아빠, 이네스를 돌보기는 하나 알리나의 고통은 생각하지 못하는 파트너 아우렐리오의 작은 기여도가 대비된다.


'신성한 모성'은 환상이다

작가가 밝힌 것처럼 '신성한 모성'은 없다.

연민, 보호, 온화함, 이타적인 사랑…. 24시간 내내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엄마는 없어요.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10/04/63466JAODVBI3KUA7CZTFB7EFY/

 모성은 '나'의 생각처럼 족쇄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사회적 활동을 포기해야 했다. 이전보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이 증가했다고는 하나, 단순 노동직의 비중이 높고 그마저도 쉽게 해고된다. ** 이러한 부조리한 사회에서 '나'를 중심으로 한 여성들이 보여주는 연대는 육아와 직장을 병행해야 하는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녹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인구 소멸'은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가임기 여성 지도 제작, 자궁 댄스 등등 말도 안 되는 정부의 대책들은 여성들에게 저출생의 책임을 온전히 떠넘기는 듯하다. 사회는 모성이라는 이름에 기대 여성에게 과도한 부담을 요구한다.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그것도 훌륭한 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잘). 알리나 역시 딸에게 미안하거나 자신의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을 의심할 때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채무에 시달릴 정도로 쇼핑을 한다.

 모성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작가가 밝혔듯이 그 대상과 형태는 저마다 다르다. 모성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사회의 강요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10/04/63466JAODVBI3KUA7CZTFB7EFY/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140#_mobwc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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