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의 엽서 Vol.2 postcard021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난 엽서나 쓸란다.
-어차피 심을 사과나무 모종도 없고
엽서 용지는 600장이나 사서 쟁인
담원 글, 그림, 글씨
요즘 장르소설 중에는
아포칼립스물이라는 분류가 있다.
아포칼립스 Apocalypse.
세상의 끝 날에 대한 계시, 종말을 뜻하는 단어.
장르소설 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도 아포칼립스가 넘치게 등장한다.
원인은 좀비등장, 외계침공, 환경오염, 악령도 나오고 나름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주인공이 현실세계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게임이나 웹소설 등을 도피처로 삼다가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계에서 게임 속 스킬이나 소설 속 지식으로 살아남고 영웅이 되는 전개는 비슷비슷하다.
날씨도 이상하고, 공기도 이상하고, 수온도 이상하다.
팬데믹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이러다가 생전에 지구의 끝을 보게되는거 아닌가 싶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과거에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던 상상의 세계가 실현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아포칼립스가 도래할지는 몰라도 소설속 주인공처럼 생존의 기회가 있는 그런 희망은 남아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희망이 남아있더라도 나같은 어설픈 오타쿠들이 맡을 역할은 아닐테고.
모두가 다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이야 말로 최악일 것이다.
홀로 남아 고독한 영웅이 되는 것 따위 하나도 안멋지니까.
만일 내일이 종말이라면,
폭동이 일어나 누군가 우리의 터전을 부수며 방해하지 않는다면
엄마랑 공방이랑 평소처럼 식사를 만들어 먹고
뜨개질이든 바느질이든 하던 작업을 하고
밤이 되면 600장도 넘게 사놓은 엽서용지에 오늘의 심정을 주저리주저리 써넣을게다.
그런 일상이 내가 하던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대신 그 엽서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그릴 것이다.
뭐, 사실 마지막의 마지막이 온다면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해도 남길 건 사랑 밖에 없을테니까.
#사랑해 #결국그게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