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억에 남는 의자

담원의 엽서 Vol.2 postcard072

기억에 남는 의자

작고 딱딱하고 날고 초라한

그러나 고마웠던.



나는 의자에 대한 로망이 있다.


방안에 아주 예쁘고 안락한,

등받이가 제법 높아 머리를 기대고

무거운 어깨를 쉬게 해 줄

폭신한 팔걸이가 있는

맘에 드는 의자를 하나 갖고 싶다는 욕망이 내 안 어딘가에 늘 있는 것 같다.


내 꿈의 의자는

아직 찾지도 갖지도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의자들이 있다.


그 의자들은 내 꿈의 의자처럼

기능도 외관도 전혀 닮지 않았지만

터질 것 같이 다리가 부었을 때

어지러워 서 있기 힘들었을 때

더 이상 걸을 수 없을만큼 다리아 아플 때

피곤이 극에 달해 쓰러질 것 같을 때

나를 앉혀준 낡은 의자들이다.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은

꿈의 의자를 갖게 되는 그 순간이겠지만,

낡은 의자에 앉아 지친 다리를 두드리며 미래 내가 갖고 싶은 의자를 상상 속에 그려보며 꿈꾸는 순간이 어쩌면 더 완벽한 행복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담원글 그림 글씨


#꿈의의자

이전 11화 꽃삽으로 태산 옮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