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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식'이들

너의 이름은

마당에 이런 저런 동물들이 등장하니 자동으로 창밖에 시선이 향했고

주기적으로 마당을 찾아오는 고양이 몇마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네의 길고양이들의 대부분은 온 몸에 고단한 삶을 묻히고 다녔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보아도 털결이 부스스했다.

눈에는 눈꼽이 잔뜩 끼어있으면서 몸이 너무 마르지 않으면

잔뜩 부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누구에게 공격을 당했는지 피딱지가 엉겨있는 아이도 있고

진드기를 달고 다니는 건 기본이었다.


개중 건강해 보이는 한 두마리는 동네 고양이들의 지배자인 듯 했다.

그러다 보니 약하고 아픈 아이들은 강자가 나타나면 기세에 그저 얼어붙었다.


우리 마당은 고양이들이 지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그늘도 없고, 숨을 곳도 없는 자갈밭.

그나마 주차해놓은 내 차 밑 정도가 유일한 피신처였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모여드는 애들은 모두 안스러운 꼴을 하고 있었다.

늙거나, 병들거나, 약했다.

모여들었다기 보다 밀려났다는 게 더 맞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편안하고 평화로운 집이었지만
유리문 하나 건너편 마당은 길고양이들에겐 그냥 약육강식의 세계,

세렝게티나 다름없는 야생이었다.

그래서 우린 우리의 마당을 묘렝게티라고 불렀다.


그리고 자주오는 고양이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모두 고씨 성에 돌림자로 '식'을 썼다.


'食' 먹을 식, 혹은 밥식.

굶지 말고 끼니를 다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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