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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인데 시골아닌 시골같은 시골집

새로운 생태계가 생겨나다.

지금 5년째 살고 있는 현재의 집은 도시는 아니지만

'시골'이라는 말에 또 썩 어울리지도 않는다.


도시는 아니라고 말하는 근거는

자차로 이동하지 않으면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바로 집 대문 앞에 버스가 서지만, 2개 있는 버스의 배차 시간은 각각 2시간.

번갈아 오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오는 버스는 1시간에 한번이라는 것.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근거는

사방에 산이 보이기는 하지만 발 닿는 곳에는 다 도로가 깔려 있다는 것.

참 여러모로 애매한 동네다.


지금은 근처에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하면서 거의 못보고 있지만

5년전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산짐승이 꽤 많이 내려왔다.

마당에 세워둔 나의 차 옆에 무언가 시커먼게 있어서 깜짝 놀라 내다보니

엄청난 크기의 숫놈 고라니가 유유히 돌아다니다가 대문을 통해 당당히 걸어나갔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섯 마리의 고라니가 (어미 1, 새끼 4)

길막을 하고 괴성을 질러 난감한 적도 있었다.


화단을 열심히 꽃을 가져다 심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죽어서 보니

탁구공 만한 구멍이 몇개나 뚫려있었고, 이 구멍의 주인이 두더쥐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안심했다.

식물이 죽고 두더지가 사는 데 안심을 왜 하는지 궁금하겠지만

그 구멍의 주인이 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화단 위에 누가 옷을 벗어 놓고 갔는데, 그 누가가 뱀이었기 때문이다.

탈피한 껍데기는 작은 뱀의 것이 아니었기에 한동안 긴장했었다.


엄마와 나, 참새 한마리로 구성된 우리 세 가족은 집 안에서 생활을 시작했지만

새 집을 짓느라 다 뒤엎어 초기화된 우리의 마당에는 새로운 생태계가 그렇게 꾸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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